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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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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 본격추리 I
에도가와 란포 지음
두드림


나는 TV 연속극을 일부러 안 보려고 한다.

TV연속극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한번 보면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계속 봐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 보다 보면 이래저래 시간도 뺏기고 좀 그러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줄 알지만 TV연속극은 보지 않으려 한다.


그제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버렸다.

평상시 그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그 날은 내려할 역을 지나고 나서야 어리둥절하며 일이 잘못됐음을 깨우쳤다.

그때 내손에는 까만색의 5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이 들려있었다. 

그 책은 에도가와 란포의 추리소설 단편집1.이다.

 

나는 추리소설을 일부러 안보려 한다.

추리소설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한번 보면 반드시 끝장을 보고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년중 때를 잡아 추리소설을 읽는다.

삼복더위가 한창인 여름에 추리소설을 읽는다.

독서하기에도 지칠 여름에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독서의 지리한 피로감이 싹 가시기 때문이다.

즉 뇌도 추리소설로 피서를 가는 셈이다.

 

에도가와 란포.

일본인 이름이지만 왠지 일본스럽지(?) 않은 이름이다.

이번에 그 궁금증이 풀렸다.

에도가와 란포는 추리소설의 대부라 할수 있는 "에드거 앨런 포"를 일본식으로 바꾼

하라이 타로의 필명이다.

한국식 이름으로 바꾼다면 안난포(安蘭佈)정도가 되겠다.

 

추리소설推理小說.

이치(理)를 헤아리는(推) 소설이다.

추리소설은 이치를 하나하나 직소퍼즐을 맞추듯 맞춰나가는 소설이니

두뇌이 작용이 우측뇌보다는 좌측뇌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작가와 독자가 숨박꼭질을 한다.

그러니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리소설에 미칠것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집에서 추리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단편이기 때문에 추리소설이 주는 스피드를  긴장감있게 즐길 수 있다.

장편이 가끔 호흡을 너무 길게 가져감으로써 스피드와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단편들은 호흡을 놓치는 법이 없다.
반전의 재미가 있다.

반전없는 추리소설은 머리카락이 다보이는 숨박꼭질이다.

"2전짜리 동전"에서는 살인이나 범죄가 모티브가 되지 않고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 간의 두뇌싸움이다.

하지만 독자는 마지막까지 이를 눈치 챌 수가 없다.

추리소설의 작가는 본능적으로 범인없는 범죄, 살인자 없는 살인을 그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화승총"에서도 그렇고 "의혹"에서도 살인범은 없으나 살인은 일어났다.

그러한 상황이 연출되기 위해서는 작가는 여러가지 이치들을 배치해야만 한다.,

그것이 추리작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혹"은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중에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이치를 쫓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내면으로 한발한발 다가서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놓지않은 시선까지 유지한다.

에도가와 란포는 독자에게 장난을 걸어온다.

"도난"과 "입맞춤"에서는 무겁지 않은 그리고 특히 "입맞춤"에서는

장농 거울을 활용한 간단한 장치만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끌어간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뭐가 진짜인지 독자에게  장난을 걸어온다.

그 장난에는 독자도 피식 웃을 수 있다.

 

덥지도 않고 여름도 아닌 비가 주룩 내리는 6월. 추리소설을 읽다.

그래도 추리소설은 추리소설이다.

머리에 잠시 휴식을 주고 싶다면

에도가와 란포를 만나든 애드가 앨런 포를 만나든 아니면 안난포를 만나라.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남쪽나라(shin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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