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2010.04.28펑점
이 책은 법관생활을 한 지 30년이 된 현직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에세이다. 그간 법정에서 많은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사연들을 접해온 것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감상을 적은 글이다. 사실 이 책 속에 담긴 두 서너장의 짧은 글들의 주제는 달구경과 같은 자신의 취미생활이나 노자의 도덕경부터 내셔널 지오그래픽까지 자신의 애독서 목록을 소개하는 것에서부터 정 군에게, 성 부장님, 유 선생님 하면서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글들, 그리고 요셉의원 같은 무료구호병원을 방문한 일이나 주변 친구들이 행한 입양에 얽힌 일화와 같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해야 사람간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각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과 상처로 서로를 치유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이 사람들간에 서로 공감해야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면서도 이 책에서는 자신의 재판 경험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저자 자신도 재판할 때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관대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면서 법이 많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는 어렵지만, 눈물의 현장에서 그들을 최대한 보듬어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사실과 진실의 차이로 인한 법과 재판제도의 한계도 언급한다.
이를테면, 민사재판의 경우 자기 주장에 관한 증거를 내지 못하면 판결에서 지는 입증책임이나, 피고가 원고의 소장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법원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원고의 주장이 아무리 수상하다고 하더래도 피고가 이를 자백한 것으로 간주하는 의제자백 제도 등을 법적 제도의 불완전함으로 거론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사법연수원생 시절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도 많다. 서울구치소 사형장에서 사법 연수원생으로 사형집행을 참관한 경험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고, 현재까지도 자신은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이란 언급도 보인다.
또한 피고인의 죄를 밝혀야 하는 검사 입장에서는 범행 동기나 숨겨진 사연 등 인간적인 면을 보기 어렵고, 반대로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엄정하게 피고인의 범죄를 평가할 만한 객관성을 가질 수 없는 입장차를 확연히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즉, 각자가 처한 입장이 관점을 결정하고, 그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판사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살릴수도, 망칠수도 있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고뇌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법과 진실 사이에 괴로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정의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 [오늘의 책콩]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kangsc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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