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젤리가 퐁당

젤리가 퐁당

안해진 지음
작은 나무가 주는 희망 2009.04.20
펑점

고등학교때 나는 공부 안하고, 공부 못하고, 공부도 싫어하면서 공부는 해야만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던 찌질이 못난이였다.

양심에 손을 얹고 시달렸다는 말은 살짝 거짓말이고 울엄니 저렇게 고생하는데 대학도 못가고 짜치게 살면 울엄니 쪽팔리겠지하는 생각에 중간 이상만 하자, 는 괴상한 목표를 잡아놓은 이상한 여학생. 그러면서도 보고 싶은 책 다 읽고, 보고싶은 TV 마음껏 시청하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 다 만나고...생각해보니 나는 고등학교 때처럼 즐거웠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도 전혀 없었다. 울엄니는 나를 일체의 간섭없이 그저 믿는다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로 협박하기 일쑤였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든 그 시절...<젤리가 퐁당>은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소설이다. 주인공과 나를 비교하자면 내가 훨씬 더 한심했다는 것이다.

나는 꿈이 없었으니까, 꿈이 없다는 것이 참 슬픈일이라는 걸 몰랐으니까.

 

주인공 연은우는 상상 많고 꿈 많은 고딩이다. 3학년이라 진로를 결정해야하지만 진로는 커녕 고시생인 오빠가 사고쳐서 낳은 6살 꼬맹이 동생 강은이를 돌봐야하는 신세다. 엄마는 여기저기 돈 까먹기 바쁘고 집안일은 뒷전이다. 생활비를 대는 언니는 틈만나면 유세고 아무도 강은이를 가엽게 여기지 않는다. 너무 일찍 아빠가 되어버린 오빠는 못내 부담스러운 아들의 얼굴을 외면하기 바쁘다. 그러니 강은이는 자연스럽게 은우의 차지, 둘은 동네를 달리고, 대화를 나누고...그렇게 서로를 의지해 나간다.

그러던 은우 앞에 묘령의 매력남이 등장하고 고물 비슷한 골동품들을 모은다는 소문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골동품 청년과 친해지고 그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상상소녀 은우와 그녀를 둘러싼 방향을 찾지 못한 고3들을 발견할 수 있다, 걔중엔 방향은 찾았으나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에서 현실과 타협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고3도 있고 마음 속 폭풍을 감당못해 다른 사람을 분노케하는 고3도 있다.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과 비밀은 산재해있고, 누구나 겪는다며 어른들은 쉽게 넘겨버리는 그 중요한 시기를 서러워하며 보내고 있을, 내가 알고 있는 고3 녀석들이 떠올라 마음이 짠해졌다. 소설 속 은우는 결국 동생을 사고로 잃고,(별얘기를 나눌때부터 요상타, 싶었더니 결국 내겐 너무 슬픈 예감이었던 것이다...ㅡ.ㅜ) 아픔을 이겨내며 강해진다...그리고 자신의 꿈을 찾게 된다. 대리만족이라기 보다는 여행을 떠나는 은우를 보며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웃음이 났다. 

은우라는 아이의 인생 결말은 알 수 없지만 내 마음 속 은우는 시린 상처를 어디선가 자신이 찾아낸 꿈과 도전으로 치유해나가며 잘 살고 있겠지...그런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 작가의 첫 장편이라 더 상큼했고 성장과 열정을 엿보는 일은 100번을 해도 늘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그들이, 물불 못가리고 설치는, 우리네가 젊음이라고 부르는 그들이 부러워지니 큰일이다.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자 박물관  (0) 2009.07.02
종이인형  (0) 2009.07.02
잃어버린 기술 친구 만들기  (0) 2009.07.02
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0) 2009.06.01
그렌델  (0) 2009.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