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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유부남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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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이 사는 법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지음 | 조일아 옮김
문학동네

"남녀가 같이 잔다는 건 같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전혀 다른 별에서 온 사람처럼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설마 똑같은 사람인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지 또는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어, 이렇게 기대를 하면서 사랑을 하고 결혼도 한다. 나 또한 한 사람을 믿고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나와 어울릴 것 같아서 결혼을 했고, 지금까지 싸우면서도 서로를 믿고 아낀다고 생각해 왔다.  유부남이 사는법이라니 제목을 보는 순간  배우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싶어서 기대를 품고 읽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모두 다른 여자에 대한 희망과 동경을 안고 산다고 한다. 그 말이 비수로 다가와 쓸쓸함을 더한다.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하고 시작한 결혼인데, 다른 여자 생각을 , 그것도 8초에 한 번씩 한다는 말이 진짜일까, 설마 하면서 읽었는데 어느정도는 사실처럼 느껴졌다. 물론 안 그렇게 사는 남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의 속성이라니 도대체 나와 함께 사는 사람도 그럴까 살펴 보았는데, 적어도 겉으로는 보기에는 그것이 진짜인지 잘 모르겠다.  

<유부남이 사는 법>에는 8가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등장한다. 물론 유부남들의 이야기이고, 또한 다른 여자 생각을 품거나 아니면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이다. 표지를 보면서 한참 생각해 보았다. 처음엔 그림이 재미있어서 웃었지만 그 안에 뭔가 슬픔이 숨어 있는 것 같아 한참을 더 들여다 보았다. 내용이 무척 원색적이고 야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졌는데, 생각만큼 그렇지는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는 것이 삶의 의미이자 재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고, 옛날에 잠시 사랑했던 여자를 그리워하는 남자도 있다. 결혼 첫날밤에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났을까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무척 황당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치부하면서 혀를 끌끌찼지만,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숙연해졌다.  

제일 재미있게 마음 졸이면서 읽은 이야기는 '룩소르 호텔에 온 여자'이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조마조마해 하면서 읽었는데, 결론 또한 마음에 쏙 들만큼 긴박함을 유지하는 이야기였다. 딱 한 가지를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탓에 밝혀지는 진실들이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일들이었지만 어쩌면 그런 것들이 우리 삶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남미쪽 사람들의 이야기라 우리와 다른 정서가 있다는 것도 느꼈지만, 책을 덮으면서 생각난 것은 어차피 사람 사는 모습은 모두 비슷비슷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항상 다른 여자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몰라도, 결국은 가정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작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가 마지막에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서 하지 말아야 할 두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결혼과 이혼이다. 사랑을 쫓아다니면서 헤매는 이들도 결국은 가정으로 돌아와 위안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들려 안심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남편에 대한 연구를 해보았다. 과연 이 사람도 그런 부류의 사람일까. 물론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는다. 생각이야 어떤 날개를 가지고 마음껏 달릴 수 있어도. 몸과 마음만은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기로 했다. 유쾌한 이야기로 웃을 수 있었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진지한 생각들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유진사랑(pop3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