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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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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박기영
북노마드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방 안에 앉아서 조그맣고 네모난 상자를 통해 온 세상을 다 돌아다닐 수 있다. 오죽하면 며칠 전 우연히 여행 관련 모 프로그램을 가족과 함께 보면서 "어머, 저 PD는 세상 안 가본 곳이 없겠다~아(질질 끌면서)" 가족 모두 똘똘한 목소리로 내심 부러움 가득 담아 맞장구를 쳤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굳이 고된 여행을 하려고 하는 걸까. 그것도 순례 여행을. 마침 나도 궁금하던 차였다.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왜 가셨냐구요."

밝고 아담한 이 책의 제목이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이다. 내가 알고 있는 박기영이라는 사람은 어렴풋이 '블루 스카이'라는 노래를 시원스럽게 불렀던 가수로 기억한다. 시청자가 보기에 불황이 없는 연예계에 쏟아지는 가수들로 가물가물 잊을 만도 한 가수... 까마귀 고기 구워먹은 요즘 가수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리고 산티아고 역시 특별하지만 여느 여행지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공간으로 잊을 뻔한 시점이었다. 책 내용에서 자주 마주치는 책, 길, 여행, 걷기, 음악, 사람 이야기 중에 하페 케르켈링[Hape Kerkeling, 독일 인기 코미디언]이 있기에 작년에 읽었던 책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를 기억해낸 것이다. 두 책의 공통점은 외면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인기스타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혹독한 순례 여행을 과감하게 실행으로 옮긴 것을 글로 담은 생생한 체험담이자 자기고백서라는 점이다.

사실 프롤로그에서 이런 글 - "나는 가수가 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음악이 좋아, 노래가 좋아 물 흐르듯 살다보니 어느 날 가수가 되어 있었다."(19쪽) - 을 보지 않았더라도 몇십 년 무명 설움을 겪은 연예인도 아니고 크고 작은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심경 복잡한 연예인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서 처음 몇 장을 넘겼을 땐 가벼운 여행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느긋하게 산티아고 가는 길의 풍경 사진도 보고 발걸음도 가볍게 어쩐지 술술 읽히는 구불구불한 글자의 미로를 따라가다 보니까 저자가 걸었던 33일간의 발자취를 한자리에서 뚝딱 읽어버리고 말았다.

소설가 신경숙 님의 추천 글에서 "남이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쭐하지 않고, 그저 솔직하게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 썼기 때문(281쪽)"이라고 하지만 확실히 걷기 여행이 주는 묘미와 깊이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누구가 책제목을 들이대며 박기영 씨가 도대체 산티아고에 왜 갔는지 나에게 묻는다면 그저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내가 순례 여행을 한참 가볍게 본 듯 한자리에서 뚝딱 읽어버리고 말았다고 했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이야기한 '자아의 신화'를 좇아 살고자 하는 사람의 여정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이라면 자신이 품고 있는 두려움이 가장 큰 줄로만 알고 있는 착각과 오만이 수그러들고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한 배를 탄 동료임을 자각하며 저자의 완소 여행에 기꺼운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거리에서(trio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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