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에디터
나는 글을 쓰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편집과는 무관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제목 짓기'에 소질이 없는 탓이다. 책을 읽고 나면 짧은 서평이나마 남기는 것을 나름의 철칙으로 삼고 있는 나로서는 서평을 올리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제목 부분이다. 제목이란 책 한권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는 능력을 보여주는지라 항상 제목에서 망설이다가 결국 책 제목을 그대로 쓰고야 마는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유혹하는 필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비결이 절실했다.
글쓰기에 대한 지리한 책이 아니어서 좋았다.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솔직한 글은 독자의 공감을 자연스레 얻어내기 마련이다. 그가 <한겨레21>의 편집장을 시작으로 <esc> 팀장으로 있으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이야기들은 '편집' 작업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말하기보다는 그 어려움을 즐기는 법을 보여준다. 마침내 완성된 마음에 쏙 드는 제목 한 줄은 그간의 모든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린다.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미'라는 요소가 이 책에는 적시적소에 잘 배치되어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편집에 대한 노하우도 노하우지만, 내게는 편집이라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한권의 잡지, 한개의 기사가 나오기까지 기자와 에디터들이 쏟아내는 열정과 노력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어렴풋이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잡지 표지를 훓어보더라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지 싶다. 헤드라인 하나를 위해 어떤 고민을 했을 지 잠시 상상해 보게 될 것 같다.
제5부에 나와 있는 글쓰기 십계명은 꼭 편집자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된다. 나도 보통 서평을 쓸 때,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단어나 어미가 없는 지 서평을 쓰고 난 후 전체적인 문맥을 생각하며 읽어보게 되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동의반복어들에 좌절한 적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쉽게 쓰기'와 '체험과 예화를 적극 활용하자'라는 부분에서는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평소에 내가 좋은 서평으로 생각하고 점수를 많이 주는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현학적으로 말을 어렵고 길게만 쓰려고 하는 서평이 가장 질색인데, 나의 평소 생각을 지지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고나 할까.
나에게는 수많은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것, 그리고 보고서를 올리고 퇴짜 받고 수정하고 다시 올리는 것이 일상이다. 고경태 기자의 유혹하는 에디터가 되기 위한 충고들은 이런 틀에 박힌 일상에 재미를 더해 줄 수 있는, 그리하여 나만의 글쓰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일상적 글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담고 있다.
[출처] [오늘의 책콩] 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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