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의 아트 카페(세계의 교양 27)
이주헌 지음
생각의나무
그림이란 끝도 없는 다양하고 무한한 이야기를 담은 그릇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들었다. 그림을 그리지는 못하면서 그림을 너무 좋아해 미술 관련 서적이라면 유난히 욕심을 내며 읽었더니 이제 웬만한 미술서적에 나오는 그림의 절반 이상은 내 눈에 익숙한 그림이라고 해도 좋을 법 했다. 미술관련 서적을 읽을 때에는 그림을 보면서 작가와 그림의 제목을 알아맞추는 혼자만의 놀이를 하곤 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을 책을 읽기 전에 기억해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내가 그림들에 익숙해지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처음에 말했듯이 그림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그것들을 풀어내는 저자들의 입담에 따라 때로는 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저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작가별로 이야기를 풀어낼 때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를 대변하기도 하고 팜므파탈 같은 특정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될 때에는 화가가 누구이냐에 상관없이 시대를 통틀어 한가지 주제를 통일성있게 들려주기도 한다.
이번 책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그림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글로 세상을 드로잉하다 "
즉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생각을 마치 화가처럼 자유롭게 그리고 언제나 수정이 가능한 융통성을 담아 드로잉한다는 뜻이다. 이번 책에 담긴 총5가지 주제는 1) 화폭에 담긴 세상 2) 이야기가 있는 미인도 3) 길을 떠난 이는 길을 만난다 4) 그림은 소통의 징검다리 5) 미술이 찬미한 리더 로 나뉜다. 이 중 화폭에 담긴 세상이나 이야기가 있는 미인도의 경우는 사실 다른 미술관련 서적에서도 많이 다루었던 이야기들이라 익숙하다. 이 책만의 특징이라면 3번째 주제인 길을 떠난 이는 길을 만난다에서 우리나라의 화가들 그것도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화가들을 소개해주는 부분과 5번째 주제인 미술이 찬미한 리더에서 미술이 담아낸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관리자들이 가져야 할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나는 이 5번째 주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네 화가들에 대한 3번째 주제도 좋았지만 여기에서는 너무 많은 말을 담으려고 욕심을 부렸다는 인상을 받았다. 똑같은 말이 약간의 단어만 변형되어 되풀이 되는 통에 그렇지 않아도 우리네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소화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어쨌든 그림은 무궁무진하며 아무리 여러번 보고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직접 그들의 그림을 보는 것만큼 가슴 설레이는 일은 없겠지만 진짜 그림을 보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해두기 위한 교양서로서의 가치를 지닌 책임에는 틀림없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키아누(gosong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