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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디아나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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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제임스 롤링스 지음 | 이선혜 옮김
형설라이프

한 남자가 칼을 휘두르는 남자와 마주친다. 칼날은 현란한 궤도를 그리고 마주선 적에 대한 일말의 자비심도 보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칼잡이와 맞선 남자의 얼굴에는 동요가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태연하게 허리춤으로 손을 뻗어 총 한 방으로 칼잡이를 쓰러뜨린다. 비슷한 상황, 전에 그 남자는 다시 현란한 칼놀림을 자랑하는 칼잡이와 마주친다. 남자는 익숙하게 허리춤으로 손을 뻗지만 이번에는 총알이 없다. 남자의 얼굴에는 아뿔싸하는 표정이 떠오르고 남자는 도망친다. 

너무 오래 전에 본 터라 가물가물한 영화 시리즈인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이다. 고고학자가 아니라 도굴꾼의 대명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인디아나 존스지만 고고학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비록 실제 인물이 아니라 영화 속의 인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중절모, 채찍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며 교수인지 싸움꾼인지 헷갈리는 모험가이며 고고학자, 헨리 존스 주니어라는 이름보다 인디아나 존스로 더 익숙한 그가 돌아왔다. 

인디아나 존스의 속편이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흥분했었다. 하지만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고나니 기쁘기도 했지만 섭섭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인디아나 존스가 돌아왔지만 예전의 인디아나 존스는 없었던 것이다. 세월은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그를 피해가지 않았고 다시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는 힘에 겨워 보였다. 물론 채찍솜씨도 싸움 솜씨도 여전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모자를 낚아채는 남자는 예전의 모험가가 아니라 은퇴를 생각해도 좋을 은발 신사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머트 윌리엄스, 본인도 이야기가 흘러갈 때까지는 몰랐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아들이다. 본명은 헨리 존스 3세로 자기 이름은 자신이 선택한 것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니 인디아나의 아들이 분명했다. 예전의 패기는 없지만 노련함으로 사건에 맞서는 인디아나와 젊음과 패기밖에 없는 머트가 사건을 함께 풀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웠다.  

이야기는 항상 그렇듯이 유물을 찾는 인디아나에서 시작된다. 천신만고 끝에 인디아나는 위기를 넘기지만 그는 정체불명의 자들에게 납치된다. 오랜 친구인 맥과 함께 말이다. 이 수상한 자들은 인디아나와 맥을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비밀 군사기지로 끌고 온다. 영화에서는 차 트렁크에서 나온 인물의 중절모가 바닥을 구르는 장면이 나와서 드디어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와 마주하겠구나 하고 설렜던 장면이지만 책에서는 이미 인디아나 존스가 등장한 이후이기 때문에 그저 흘러간다.  

인디아나를 납치한 무리들은 소련군이었고 그들은 미군 기지에 보관된 어떤 물건을 인디아나가 찾아 주길 바라고 있었다. 허나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예전의 인디아나가 사라졌을 리도 없고 그는 그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자 소련군은 맥의 목숨으로 인디아나를 협박한다. 할 수 없이 인디아나는 그들에게 협조하기로 한다. 예전에 한 번 봤던 물건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친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던 인디아나는 돌연 총알을 달라고 한다. 총알을 분해해서 화약을 꺼낸 그는 화약을 허공에 뿌리고 그 화약이 날리는 방향을 쫓는다. 찾는 물건은 상당한 자성을 가진 것이었고 화약가루는 인디아나의 의도대로 물건을 향해 날아갔던 것이다. 영화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는데 책에서는 어느 정도의 찬사를 기대했던 인디아나의 허영심에도 불구하고 짧게 묘사된다.  

화약가루와 총알을 통해 쉽사리 표적을 찾아낸 인디아나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이제 물건을 찾은 적들은 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디아나는 살아남기 위한 재주를 선보이지만 그 행동은 무산된다. 맥이 돈 때문에 그를 배신했던 것이다. 인디아나는 당황하지만 항상 그렇듯 기회를 틈타 대탈주를 개시한다. 이제 많은 근육들이 그의 뜻에 반하지만 인디아나는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핵무기를 실험하는 마을에 도착하기도 하지만 인디아나는 끝내 일상으로 복귀에 성공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강의를 하는 교수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인디아나를 주위에서 내버려 두지 않았던 것이다. 강의를 하던 대학에서 무기한 휴직을 말하자 화가 난 인디아나는 강의를 할 만한 대학을 찾아서 정처 없이 떠나기로 결정한다. 기차에 몸을 실은 그의 앞에 나타난 머트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머트는 인디아나에게 엄마와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교수님이 납치되었으니 도와달라고 말한다. 그 말을 하면서 머트가 인디아나에게 편지를 건네는데 수상한 자가 둘을 위협하고 둘 다 끌려갈 위기에 처한다. 인디아나가 소동을 일으켜서 그 상황을 간신히 벗어나는데 이때부터 사건을 풀어가기 위한 두 사람의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로 한 번 봤기 때문에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한 번 더 보는 것은 기분이 색달랐다.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할 수도 있기야 했지만 영화에서는 배우의 연기로 표현되어 있던 인디아나의 기분을 직접 글로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책에도 나이가 든 인디아나 존스지만 그의 유머감각도 여전했고 오렐라나의 시신이 있는 묘지에서의 싸움이 벌어지자 그가 아직은 건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전의 시리즈와 달리 기묘한 쪽으로 전개되기는 하지만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던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재밌게 읽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에이안(aria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