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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사성어로 배우는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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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로 배우는 경제학
가지이아쓰시 지음 | 이동희 옮김
모티브북

고사성어와 경제학은 왠지 안 어울릴 듯 하다. 저자 역시 서문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즉, 자신의 책에 소개되는 고사는 모두 중국 고사이며, 대부분이 2000년 이상 된 과거의 일인데 비해, 학문으로써 경제학의 역사는 300년이 채 안되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현대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아주 최근에 와서야 이해되고 정비될 수 있었기에 두가지를 엮는다는 일이 가당치 않은 일로 보일수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고사성어를 쓰면서 한번 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저자 후기를 보았을때야 비로서 그 무모한 뜻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의 내용은 일본의 경제 평론잡지에 연재된 글을 정리하여 펴낸것이라 한다. 

즉, 자기가 1년 정도에 걸쳐 연재한 에세이를 그냥 썩히기 아까워서 다시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는 것이다. 저자가 현재 교토대학 경제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라고 하는데, 아마 학자라 그런지 글 욕심이나 책 욕심이 많았을듯 싶다. 어쨌든 이 책은 그 시도는 참신했으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았을 때는 아쉬운점도 많을 정도로 깊이 있는 경제학적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저자는 이 책을 경제학 전반의 입문서로 칭했는데, 그 입문서 치고는 경제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이 그다지 자세하지는 않다. 게다가 저자가 전략적 사고나 게임 이론 전문가라서 주로 현대 경제학에서 말하는 몇 가지 이론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학 전반을 다루고 있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고사성어 중에는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고사성어도 꽤 있다. 이를테면 覆水不返盆(복수불반분)이나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기화가거(奇貨可居) 같은 것들이다. 이 책은 이러한 고사성어를 토대로 그와 연관되어 있을법한 경제학적 원리들을 풀어준다. 즉, 앞서 언급한 覆水不返盆(복수불반분)이 엎질러진 물은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라고 소개하며, 이미 지출되어 회수 불가능한 매몰비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민물조개와 도요새간의 다툼에서 제 3자인 어부가 이득을 챙겨간다는 어부지리(漁夫之利)라는 고사를 언급하면서 비즈니스에서 그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한 예측과 관련된 전략적 사고 및 게임이론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대상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해도 정보의 기술 방법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느끼는 방식과 그 결과인 선택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 이 책에서는 플레밍 효과라고 번역해 놓았는데 오자가 아닌가 한다.)나 한번 손에 익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쉽게 바꿀 수 없도록 만드는 전환비용(Swiching Cost) 문제와 록인(lock-in) 현상과 같이 현대 경제학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현상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현대 경제학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이나 저자의 주 전공이라 할 수 있는 경제학의 문제들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최신 이론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어쨌든 미국 유학을 통해 경제학을 전공한 일본인 저자가 중국 고사를 인용해 경제현상을 설명한다는 것에 좀 한계가 있지 않았나 한다. 이 책의 내용은 교양서적으로서는 읽어볼만하나, 이 책을 통해 경제학적인 기초를 닦기에는 역부족일듯 싶다. 고사성어들과 경제적 현상들 사이의 관계 역시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사성어도 배우고 경제적 현상에 대한 이해도 도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아마 속담이나 전래동화 같은 것에서 힌트를 얻어 경제학적 현상들을 쉽게 설명하려 했을듯 싶다. 이미 누군가가 그러한 책을 출간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진작에 경제학 원론서들이 쉽게 쓰여져 있었더라면 굳이 그러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kangsc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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