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기출문제집
얼마 전 수능을 본 사촌동생 녀석은 벌써부터 재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수를 하겠다는 녀석이 다른 수능 본 녀석들과 똑같이 놀고 있다. 재수를 한다는 녀석이 공부는 3월부터 할 셈인가 보다. 보다 못해 한마디 했더랬다. 재수를 할거면 지금부터 공부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지금 성적에 맞는 대학에 원서를 넣고 나중에 편입을 하라고. 뭐 보다 못해 말을 하기는 했지만 녀석이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뭐, 지금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나조차도 안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다시 갈팡질팡하는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잘 할 것 같고,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을 것 같지만 아마 다시 돌아가면 또다시 다른 사람의 말은 잘 듣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좋은 이야기고 날 생각해준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가끔 충고나 따뜻한 말이 필요하다. 듣고 내가 변하거나 감흥을 느끼지 않더라도, 그런 말을 건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대학에 있을 때는 선배나 교수님들이 이야기를 건넸고, 사회초년생일 때는 직장 상사나 사수 선배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어느 정도 지나고 나니 그런 것도 점점 줄어든다. 나이를 먹은 만큼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다. 때문에 이 책에서 전해지는 인생살이 선배들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물론 어느 정도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제목은 <인생기출문제집>이지만 정답은 없다. 누군가의 멘토 역할을 해줄만한 사회 선배들이 대한민국의 20대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자신의 이야기다. 그렇다. 결국 충고다.
듣기 좋은 소리도 몇 번 반복되면 잔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전혀 듣지 못하면 가끔은 듣고 싶어진다. 그럴 때 한 챕터씩 읽으며 나에게 뭔가 좋은 충고를 해주는 고마운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그것으로 충분할 듯하다.
[출처] [오늘의책콩] 인생기출문제집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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