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박찬일 지음
창비 2009.09.15
펑점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잘 나가는 편집장 (머 책에서는 게으른 편집장이라고 명하지만 글 솜씨는 최고라고 말해준다)에서 좌충우돌 셰프로 변신했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닌 남의나라 이딸리아까지 날아가서 요리학원에서 이딸리아의 기본기를 다지고 씨칠리아라는 인구 3만명인 작은 마을에 가서 주방장 쥬제뻬에게 요리를 배운다. 군대보가 더 엄한 주방은 민주주의의 원판 서양이지만 폭력도 묵인되고 주방장은 하늘인 공간이다. 박찬일은 참 운좋은 사내인거 같다. 주방장 쥬제뻬는 거의 아버지같은 존재로 박찬일에게는 요리의 인생관을 알려주고 있으니 그들에게 요리는 인생 전부인듯 했다. 그냥 한끼 먹고 때우는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닌.

 

"진짜 요리사가 되려면 시장과 들판을 알아야 해. 오징어와 참치가 언제 올라오는지, 토마토가 가장 잘 익는 때가 언제인지 알아야 하지. 식당에 앉아 전화통 붙잡고 손가락만 써서는 절대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없다고. 좋은 재료는 요리의 전부야."

 

이렇게 박찬일에게 좋은 재료를 구하는 법을 데리고 다니면서 상세하게 알려준다. 유기농의 폐단, 가축이나 농장물의 기업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할 뿐 아니라 재료는 자연 그대로가 좋다고 또 기본적인 마늘이나 고추쓰는 법부터 상세하게 알려준다. 동방에서 온 한국남자에세 이토록 친절할 수 있을까? 내심 그의 복이 부러울 따름이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이딸리아로 날아간 그의 용기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제 나도 막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무엇인가를 새로 한다는 것이 걱정부터 되기에... 과연 나를 채용해줄까? 그러기에 내가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가??? 온갖 걱정속에 결국은 제자리걸음을 하기 다반사이니까. 작년에 회계를 배워서 이직을 결심했지만 일년반만에 나는 원위치로 돌아오게 되었다. 참 쉽지 않다.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가족도 걸리고 아이들도 걸리고 차량소유에 관한 잡다한 것들이 왜 이렇게 나를 걸고 넘어지는지~ 결국 평생 해오던 원점으로 나는 되돌아 오고 말았다.

 

이 책은 이딸리아에서 요리를 배우는 셰프의 좌중우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보는 내내 마음이 편했고 그의 맛갈스런 말 솜씨는 편집장인 기자시절에 숙련된것인지 말끝마다 다정다감하게 느껴졌다. 에피소드는 충분히 공감을 살만했고 요리에 대한 철학도 눈여겨 볼 만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딸리아 사람들 이야기. 어린아이들도 말보다는 제스츄어를 먼저 배우는 그들은 말끝마다 두 팔로 제스츄어를 일 삼는 이딸리아 사람들. 오랜만에 소중한 이야기를 박찬일씨에게 들어서 신이난다...ㅎ

 

유기농의 의미도 이미 퇴색했어. 도시 사람들이 저 한몬 건강하게 살자고 농약이며 항생제를 따져서 구입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이 아니지. 그 사람들은 유기농조차도 벌레 먹었다고 항의를 하는 멍청이들이니까. p122

로베르또...... 먼 바다를 건너서 온 유기농 농산물이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일까. 생각해봐. 비록 기를 때는 유기농일지 몰라도 기름을 물 쓰듯 쓰면서 (그는 마치 유전에서 석유가 뿜어나오는 광경을 연상시키듯 두팔을 연방 위로 펼쳐올렸다) 물을 건넜는데도? p123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동의 경제학  (0) 2009.12.11
인생기출문제집  (0) 2009.12.10
서른셋 태봉씨, 출세를 향해 뛰다!  (0) 2009.12.08
울렁증 예방 백신  (0) 2009.12.07
고든 램지의 불놀이  (0) 2009.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