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데마리 루이, 랜덤하우스, 2007년, 9800원
한번쯤 지독한 사랑을 해 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아니 그런 사랑만이 절절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사랑을 바다에 돌려보내고》를 권하고 싶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원한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랑이다.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만 존재하길 바라는 아픈 사랑, 고데마리 루이의 《사랑을 바다에 돌려보내고》이다.
뉴욕 주 북부의 작은 마을 알바니로 떠나는 날 아침, 이삿짐을 정리하던 나즈나는 화장실 구석에 두고 잊어버렸던 작은 상자 하나를 찾아낸다. 거기에는 동화작가의 꿈을 키우던 그녀의 바랜 꿈이 흘겨쓴 메모가 되어 누워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슴 밑바닥에 자물쇠를 걸었던 사랑도 있다.
이 가슴 아픈 사랑의 한가운데 있는 여자, 사와키 나즈나는 각기 다른 세 개의 사랑을 동시에 하고 있다. 가족을 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했던 20대 초반의 어설픈 사랑의 그림자, 이 세상에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해맑고 순수한 ‘완전히 무조건적인 애정이라는 걸 갖고 있는 쌍둥이와 같은 분신’인 와타루에 대한 사랑, 상처가 있어 어둡고 슬픈 하야세 료스케와의 사랑.
비록 실패로 끝났을지언정 그 어떤 사랑도 진짜가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즈나의 사랑이 슬픈 것은 한번에 다가온 그 사랑들이 모두 진실했기 때문이다. 나즈나는 갈등 끝에 바람직한 선택, 완전무결한 사랑을 주는 와타루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대로 해피엔딩이 될 리 없다. 와타루는 바다에서 한 소녀를 살리고 죽는다. 이제 나즈나에게 남은 것은 실패한 사랑과 잃어버린 사랑과 떠나보낸 사랑 뿐, 결국 그녀는 일본을 떠나 미국에서 일을 하며 마음을 달랜다.
나즈나의 손에 사랑은 남지 않았지만 그녀가 인생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와타루를 진정 떠나보내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자신이 떠나보낸 하야세 료스케라는 사랑을 찾아갈지도 모른다. 그런 날은 결국 오지 않는다 해도 그녀의 마음은 마지막에 하야세를 향할 것이다. 과거에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사랑을 찾은 것처럼.
사랑은 참으로 오묘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듯하다가도 어느 순가 내 곁에 와 있기도 하고, 죽어도 아니 잊겠다 하지만 어느새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고. 사랑은 이렇듯 아무리 퍼 올려도 마르지 않고 샘솟는다. 사랑을 한다는 건 사람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런데 사랑도 잘 만나야 한다. 나즈나는 완전무결한 애정인 와타루를 만났을 때 한 점 그림자 없는 사랑을 하였고, 상처로 얼룩진 하야세를 만나서는 욕망일 수도 있는 음지의 사랑을 하였다. 나즈나가 갖고 있는 여러 모습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드러나기도 하고 감춰지기도 한 것이다. 사랑은 이렇게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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