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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비닐이 분해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니 비닐 사용을 자제해야한다는 말은 자주 들어왔다. 비닐에 비교해서 종이는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리라 상상해보지 않았다. 종이는 재활용되어 쓰이고 매립되더라도 쉽게 부식되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물론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의 희생이 전제된다. 따라서 종이관련업체들은 인공림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간의 고정관념과 상식을 소리없이 깨주는 책을 만났다. 종이로 사라지는 숲이라고 하는 책 제목에서처럼 무분별한 종이사용이 숲을 훼손하는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담겨있긴 하지만 이 책은 보다 놀라운 새 사실들을 알려준다. 먼저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화학 페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종이의 원료인 펄프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기계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이다. 기계적 방법이란 말그대로 단단하게 결합된 셀룰로오스 섬유들이 서로 분리되도록 원목을 갈아 가루로 만들거나 거대한 철제 회전톱날로 원목을 산산조각내는 것이다. 화학적 방법은 강한 알칼리 용액에 나뭇가지를 넣고 고온으로 끓여 리그닌(나무의 세포벽속에 들어있는 물질로 셀룰로오스 섬유들을 ㄱ단단하게 결합시키는 물질)은 녹고 셀룰로오스 섬유가 남게 하는 방법이다. 이 화학적 방법은 종이산업이 화학공학에 다름아님을 말해준다. 또한 펄프의 표백과정에도 역시 화학약품이 사용된다.

 

둘째, 원시림과 인공림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북유럽을 돌아볼때 특히 핀란드와 스웨덴의 도로주변 모습은 너무나 똑같은 모습이었다. 고위도 지역이니 동일한 침엽수림이겠거니 했다. 반면 생각보다 수령이 젊은 나무들이 대부분이었던게 눈에 띄었다. 대략 30년남짓 된 나무들이란 소리도 들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나라들의 나무들은 완전한 벌목이후 다시 조림한 나무들이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심어서 가꾼 숲은 어찌보면 나무농장과 다르지 않다는 말은 참으로 충격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나무농장, 나무가 있는 곳은 항상 숲은 아니었다. 진짜 숲은 아니었다. 생태계의 순환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말하자면 큰 나무, 작은 나무 다양한 종의 나무들과 잡풀들, 그리고 풀벌레와 새, 포유류 등등이 살고 있는 자연의 숲이 아니라는 말이다. 벌목으로 파괴되지 않은 원시림은 지구의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인 것이다. 국내 한 화장지 회사가 매년 조림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말을 들어 왔는데 인공림조성보다 앞서는 것이 자연 상태의 숲을 보존하는 것이란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러시아와 캐나다가 각각 세계 숲의 26퍼센트와 25퍼센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듣자하니 요즘 푸틴정권이후에 러시아는 벌목에대한 제재가 전혀 없고  오히려 정부에서 더욱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는데 이런 연유로 중국인들이 극동지방의 러시아 제재소(800개)를 장악하고 있다. 한편 사실 중국은 현재 세계 페지 수집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영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의 폐지가 중국의 항구에 속속 도착해 중국 제지공장으로 운송된다. 버진 펄프로 만든 종이보다 재생 펄프로 만든 종이가 질이 더 좋다고 할 정도인데 중국은 전통적인 한지 생산외에 40프로를 재생펄프 종이생산을 하고 나머지 50프로는 짚, 사탕수수, 대나무를 사용했는데 이제 더이상 짚등을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중국으 제지공장은 거의 폐수처리시설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소위 프랑켄트리라고하는 유전자조작 나무를 심고 있다는 사실은 나무농장보다 더한 충격이다. 몬산토같은 유전자조작기업이 참여해 만든 수퍼전나무, 제지회사가 주축이 된 합자회사 아보젠이 개발한 다양한 기후대에서 생장가능한 유칼리나무가 있고 중국은 유전자조작한 수백만 그루의 포퓰러나무를 기르고 있다. 유전자조작나무를 걱정하는 이유는 생태계 교란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브라질에 있는 500만 헥타르의 유칼리나누 농장을 '녹색사막'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숲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지 않는 곳에 숲을 만들면 토양은 건조해지고 물부족으로 지역주민들이 고통을 겪게된다. 아프리카 사바나에 나무농장을 조성해서 생기는 피해가 바로 이런 사례다. 남아공화국의 두 거대 제지공장 몬디와 사피는 150만 헥타르의 초원에 이미 유칼리나무농장을 세웠다고 한다.

 

종이는 안전하다라는 말이 이제 무색해진다. 종이역시 친환경소재라고 묵과할 수 없는 때가 왔다. 이 책의 저자가 이면지를 즐겨 쓰고 가능하면 전자매체를 이용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 신용카드고지서를 이메일로 받으라고 카드사들이 광고를 할때 딸리는 기억력과 문서철이 필요한 특별한 사정때문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올해부터는 세금계산서도 전자세금계산서만 발부해야한다. 국세청의 발빠른 세수 파악과 종이 절감이 잘 맞아떨어진 사례인데 전자세금계산서를 발부받은 사람은 전자매체가 못미더워 또 프린터 전원을 켜고야 만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 영수증을 발급받을때 이면지를 사용하고 영수증부분을 오린 잔여공간이 남은 폐지를 메모지로 사용하는 나는 그래도 종이사용에 70점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 이순간도 내 주위에 널린 우편광고물과 프린트 폐지을 본다. 종이가 없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 우리. 그 종이를 얼마나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한번쯤 반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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