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움직이는 말 한 마디
김희철 지음
평단문화사
사실, 이런 부류의 책은 중국인 저자에 의해서도 많이 나오고 한국인 작가를 통해서도 많이 나온다. 고전을 통해 현대를 바라보는 시각의 자기계발서는 그야말로 백사장 모래알갱이와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이 조금 다른 건 그 구성에 있는 것 같다.
말그대로 말 한마디, 그리고 그 말을 대변하는 중국 근대사 한토막, 그리고 그 말의 어원쯤 되는 고사 소개 한토막. 실로 엮은 이가 신경을 많이 쓴 티가 팍팍 나는 그런 책이었다.
실제 중국과의 무역거래가 많은 나로서는 이 책이 좀 더 남다르게 보였을수도 있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실로 그들에게 고사성어란 대화에서 빠지지 않은 일종의 재미있는 언어유희와도 같은데, 이것은 아마도 그들의 자부심 넘치는 역사적 자료들에 근거하는 것이라 다소간 부러움을 느끼게도 만든다.
나름대로 중국 고전인문을 좀 봤다고 자부했던 터인데도 이곳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들에 대해서는 낯설은 것도 많았다. 역시 뭔가를 보고 공부한다는 것은 단 분야야만 보더라도 그 끝이 없음을 짐작할수 있는 노릇이었다.
이 책을 통해 보면 중국 근현대 지도자들처럼 자신들의 선조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여 소화하는 이들도 드물지 않을까 싶은 정도이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그런 고전 역사와 근현대적 역사 일화가 묶여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짤막한 토막들이 현대에도 100% 적용되어진 만큼 구구절절 옳은 얘기들이었고, 그 주제들로 볼라치면 그렇게 낮설은 것만은 아니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든가, 편안할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등의 고사는 그 고사의 유래는 모를지언정 낯설은 이야기가 아닐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 춘추좌전, 논어, 한비자, 사기, 손자병법, 춘추전국시대, 전한과 후한을 거쳐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적 교훈의 한 토막들 살짝 맛볼 기회로 아주 괜찮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과거 내가 장편 중국고전을 입문하기 이전시절, 그 토막 교훈들을 가까이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그리 현실에 적용하기 쉽지는 않았다. 나의 부족한 기억력 탓도 있겠지만 전후좌우의 역사적 배경이 부족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함에 역사적 교훈은 이렇게 토막으로 그 맛을 느낀 뒤, 본격적으로 장편에 입문해보면 그 맛의 진수를 느낄수 잇음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용이 더 빨라진 건 아니었지만 일단 마음은 더 편했다. 마치 내가 잘 적용하고 있는 것 처럼 착각은 할수 있으니 말이다.
또 한가지, 최근 중국은 거의 간자체 한문을 사용한다. 열불나게 천자문을 외워서 중국에 딱 떨어지니 간판에 쓰여진 글자들이 죄다 모르는 것이라 좌절하며 북경대로에서 피를 토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한국의 압구정이라 할수 있는 왕푸징 거리에서 말이다. 그때, 후배가 말했다.
"그러니까 형, 간체도 공부하셨어야죠!"
"그걸 이제 말하냐? 이 녀석아? 이미 좌절해서 정신이 너덜너덜한데?"
후배 말에 따르면 그건 상식이라, 하여 두 번 죽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 중국 한족 가운데 나이드신 분들은 자국 언어도 못읽을 만큼 빠르게 간자체화 되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지금은 또 어찌 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은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일 또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면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다. 올해 북경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국의 순환고속도로 삼환의 안쪽 테두리는 죄다 공사중이라 할만큼 대대적이었는데 갑자기 궁금하다. 문득 글을 쓰다보니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아무튼 저자의 정성이 아주 많이 담긴 이 한권의 책. 꼼꼼하게 기억속에 새겨놓으면 반드시 살아가는 지혜의 덕을 보게 될 것이라 확언하는 바, 원문에 좀 더 심취 하고 싶으신 분들은 친절하게 달아놓은 한자독음을 이외에 간체도 공부하실 것을 충언드리는 바이다. 흑흑. (나는 중국어 포기했다. 아는 것이라곤 메이꽌시-상관없어- 와 니 취팔러마-밥먹었어?- 두 가지 뿐이다. 그중 니 취팔러마는 아주 애용하는 편이다. 발음이 뭔가 상당히 애정이 간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비토(vito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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