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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탄트라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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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트라의 길
울리 올베디
조화로운삶

<탄트라의 길>은 티베트 불교 수행자 울리 올베디가 자신의 구도 체험을 바탕으로 여자 주인공 마일리가 진정한 탄트라 수행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잔잔하게 때로는 소용돌이치는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낸 명상 구도 소설이다. 거리를 지나다니다가 간혹 만날 수 있는 스님과 대화를 나눠보기는커녕 눈도 제대로 마주쳐 보지 못한 나로서는 감히 불교의 수행이란 게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주인공 마일리의 수행 여정은 마치 물의 생명력을 닮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수레바퀴의 길>에 이은 후속편이라고 하는데, <수레바퀴의 길>에서 마일리는 산속에서 강도들에게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함께 목격했던 동생까지 충격을 이기지 못해 죽는 걸 지켜본다. 이때의 느낌을 '예리하고 선명한 아픔'이라고 표현하며 이 책에서 첫째 꿈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잠깐 탄트라Tantra가 뭔지 알아보자면, '탄Tan'은 '넓게 한다'라는 말로, '그것에 의하여 지혜가 넓혀지는 것' 또는 '모든 것을 한데 모은 것', '한번 만들어진 것이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 등으로 확대해서 해석하기도(4쪽) 한단다. 불교 수행에 관한 나의 얕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 책의 내용에 근거해서 보자면, 탄트라 수행은 대략 평범하지 않은 독특하고 폭넓은 수행 방법인 것 같다.  최드(모든 마귀-부정적인 힘-을 불러들여서 자신을 먹이로 제공하는 탄트라 명상 수행법. 자아에서 벗어나 부정적인 충동을 지혜와 자비로 변환시키는 것을 상징한다-30쪽) 수행법도 있고 여기서 마일리가 좇아 가는 탄트라의 성적 수행법(성적 흥분을 통해 생성되는 육체의 강력한 에너지를 의식의 영역으로 돌리는 것-5쪽)이란 것도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배우려고 할 때 먼저 기본기에 철저해야 하고 그것을 통한 연습을 반복하고 반복한 뒤에야 비로소 제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해 볼 수 있듯이 이 탄트라 수행도 함부로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만큼 마일리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직면하고 부딪힌 다양한 상념들-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상념, 죽음, 혼란, 은신처, 두려움-과 만난 후에야 쇠남과 결혼하고 유럽의 한 센터에서 첫 번째 여자 라마로 일하게 된다. 둘째, 셋째 꿈이다.

어머니는 날 이해하지 못하셨어. 내가 어머니 당신 같은 사람이 되든지 아니면 어머니가 원하시는 소녀로 커주시길 바라셨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정확히 안다고 믿으셨어. (...)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무지한 사랑. 편협한 사랑. (33쪽)

"이젠 정말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45쪽)

남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아직 어린 소녀였다. (53쪽)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고 아픔을 두려워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사람은 우리 일을 저와는 다르게 받아들이거든요." (55쪽)

"저는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억압받은 전통에서 자랐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억압받는 기미만 보이면 몹시 과민하게 굴어요."(82쪽)

이 책 초반에 나오는 이러한 마일리의 상념과 말은 나의 상념과 말 같기도 해서 책을 읽지만 혹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둘째 꿈에서 마일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결혼을 앞둔 친구들을 통해 그동안 많이 지켜볼 수 있었다. 혼자 남은 느낌, 서먹함, 확실하지 않음, 나도 나를 모르는, 감각들이 춤추고 웃고 포식하고, 이 사람에게 나를 맡기는, 새로운 육신, 화해 등. 확실히 결혼한 사람들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혼란과 고민, 갈등, 충족된 합일감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최고 또는 최저의 감정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수행의 한 과정으로 삼는 것 같고, 이 과정은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황야에 비유한다.

나머지 꿈에서도 마일리의 수행은 이어진다.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어떠한 수행이 이어질지 약간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잠시 종교 관련 책이라는 걸 잊고 속세의 눈으로 볼 때, 안타깝게도 남자 수행자의 모습은 합일에 이르고 싶어도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비참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다시 종교적인 관점으로 보려 하니까 진정한 종교의 모습은 여자의 감정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여자 수행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물결을 물 흐르듯이 섬세하게 다루었으며 뒤로 갈수록 더욱 광범위한 분야를 넘나든다. 남자와 여자, 학문과 현실, 구세대와 신세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혹은 사이에서 고민하던 마일리는 일곱째 꿈에서 사십구 일 동안 외부의 빛을 전혀 보지 않고 지내는 안거를 끝내고 나서 빛과 마주친다. 마일리-라가 컴컴한 방에서 나와 처음 만난 친구 예쎄, 이 친구가 육 년 동안이나 미친 듯이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한 곳에 정착할 수 있게 눈을 뜨게 해준 위대한 스승 틴레이 노르부의 글은 마일리의 수준 높은 수행과 어우러져 정말 멋지고 황홀했다. 핑계가 되겠지만, 우리 가족 각자가 어떤 식으로든 49일간의 완벽한 칩거를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있는 자리에서 수행 삼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망을 품어보며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본다. 이를 위해서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강조하는 "깨어있음"이 핵심 방법이 될 것이다. 과거는 물론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꿈으로 바라보고 항상 깨어나고자 애써 노력하라고 한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거리에서(trio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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