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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제임스 왓슨 지음 | 김명남 옮김
이레 2009.06.29
펑점

이 책은 1962년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으로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와 공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의 세번째 자서전이다.

우선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Avoid Boring People)'라는 제목이 눈길을 확 잡아챘던 것 같다.

내가 지루한 사람이면 어쩌지 싶었다. 유머와 재치 2종 세트도 쇼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도발적이지만 명확한 어조의 제목만으로도 책 내용이 몹시 궁금해졌던 것 같다.

도톰한 책 한 권을 다 읽은 후에야 이 제목은 제임스 왓슨이었기에 붙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빠른 판단과 추진력으로 똑부러지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지만 

하고 싶은 건 해야만 했고, 마음 속에 말을 담아놓을 공간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으며

자신에 대한 그 강인한 확신은 어디에서 나올까 존경스러울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글이었기에 확실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어렵고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쓸데없는 짓이었다.

제임스 왓슨의 화법은 그런 순간을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챕터 끝에 있는 '과학에서 배우는 삶의 교훈' 부분을 읽고 싶어서인지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쉽지 않을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열정적'과 '직설적'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에너지를 그는 원동력으로 삼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예리함과 활동력을 바탕으로 일구어낸 그의 이력은 단연 화려하다.

그리고 그가 그 과정을 거치면서 쟁취한 교훈은 공감 98%를 지향한다.

연구실뿐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과학의 원리라는 책소개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별표까지 되어있는 그 문장들을 읽으면서 기억할만하다고,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자신이 일상에서 발견한 그 가치와 신념을 일상에서 적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면서도 모르척하는 경우도 적지않고, 아니다 싶으면서도 편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행동하는 그의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자서전에는 어쩔 수 없이 주변인물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꽤 많이.

이 책에서도 그러한데, 그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겠다 싶은 내용도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타인에 대한 그의 평가를 듣고 있자면 '이중나선'의 초판본이 못내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인물평이 들어있었길래 관련인물이 불평을 터트렸을까.

솔직함이라는 망토를 둘러쓰고 있기에 그들은 더욱 불편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이중나선 발견을 거쳐, 하버드 대학 교수로 재직했던 1956~1976년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에 와서 끝을 맺고 있다.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를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그 사이의 30년이라는 공백도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했다.

과학사적으로 의미있는 순간들을 실제로 체험한 사람의 목소리로 들으며 그가 발견한 삶의 교훈들을 좀 더 많이 알고 싶었는데...

스스로 이 책이 마지막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해서 아쉬워졌다.

제임스 왓슨 자신의 삶이 책 속에 가득 녹아있는데다가

-연애사에 대해 시시콜콜 적혀있다. 결혼에 대한 열망이 느껴져 그가 언제 결혼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과학사적으로 위대한 발견의 순간을 생생하게 느낄 수도 있었고 그가 발견한 삶의 교훈도 꽤 인상적인 책이었다.

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궁금했던 것들도 찾아봤고, 그 교훈에 대해서 여러번 다시 훑어보기도 했다.

그동안 과학분야 서적과는 그다지 친근하게 지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계기로 어떤 분야에 대해 잘알지도 못하면서 지레짐작으로 판단하고 거부감을 느끼고 멀리하는 건

세상을 너무나 좁게 사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독서편식이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유명한 책이라 구입하기는 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아직 읽지 못하고 책장 한구석에서 잠들어있는 과학관련 책을 몇 권 가지고 있다.

우선 그 책들부터 깨워보려고 한다. 그리고 과학분야의 멋진 책들도 찾아서 열심히 읽어보아야 겠다.

이번 기회에 독서편식, 근거없는 편견에서 자유로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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