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탕
대원 지음
탐구사 2007.10.15
무스탕, 이름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차다. 요즘엔 머스탱이라고 부르지만 어렸을 땐 그 차 이름이 무스탕인 줄 알았다. 뿐 아니라 두꺼운 가죽 털외투도 무스탕이라고 부른다. 이후에 무스탕은 야생 말 중에 종이 좀 작은 것들을 이르는 말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주 보람차게 무식하게도 무스탕이라는 작은 왕국이 있을 거라는 사실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네팔을 듣고, 티벳을 듣고, 히말라야를 듣고, 달라이라마를 알면서 금단의 왕국 무스탕은 처음 들었다.
시간의 저편으로 떠난 여행이라는 부제를 가진 기행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스님의 불교 성지 순례 기행문이라 보면 맞겠다.
무스탕은 네팔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맥을 끼고 있는 조그만 왕국의 이름이다. 해발 3천을 넘고 트레킹 정상은 4천이 넘어가는 고원지대이고, 티벳 불교의 숨겨진 성지이며, 외국인의 출입이 허락된지 얼마 안되는 오지에 속한다. 현재도 개방은 되어있으나 매 년 제한된 인원 수가 특별 허가를 맏아야 들어 갈수 있다고 한다.
1992년이 되어서야 외국인 출입이 가능했으며 연 천 명의 인원제한이 있는 이 조그만 금단의 왕국에는 무엇이 있을까. 단지, 불교인들의 성지처럼 종교적인 색채 때문에 금단의 땅이라 불린 것인가.
무스탕은 황량한 고원, 광활한 대지, 기암절벽, 상상을 초월하는 경이로운 풍경을 가진 곳이다. 길이는 그랜드캐년을 못따라가지만 너비는 전혀 그에 밀리지 않고 깊이면에서는 그랜드 캐년을 압도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직 이곳에 사람이 산다는 것이다.
굳이 불교의 색채로 인한 신비로움을 떠나서 보더라도, 이 경이로운 지역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공간에 접어든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으며, 돌아온 이후에도 시간여행을 하고 온 것 처럼 강렬한 충격에서 벗어 날수 없었다고 말한다.
작가가 아닌 일반 스님이 찍은 사진에서도 그것을 느낄수 있다. 마치 반지에 제왕이나, 해리포터에서나 나올법한 풍경사진이 책 곳곳에 박혀있다. 스님이 말했다. 필름을 인화해서 보니 그 느낌이 10%도 전달되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국인의 방문수는 50명이 채 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른 나라도 별반 차이가 없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산악인과 티벳 불교를 접해보고 싶은 불교인들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보때문이 아닌가 싶다. 허나, 이 경이로운 풍경을 보고나면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충동과 감추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일어날 것 같다. 몰리면 망가질테니까.
나는 유럽이나 타국을 여행할 때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장소보다 후미진 뒷골목의 자연스러운 역사를 좋아했다. 헤롯백화점 쇼핑보다는 길거리 골동품 벼룩시장을 찾아다니기 바빴다. 선진 도시보다 동유럽 낙후도시를 다니는게 더 좋다. 그런 내가 무스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침이 꼴까닥 넘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건축물을 보는 것도 좋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경은 그야말로 상상초월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의 것이다. 나는 아직 무스탕을 보지 못했지만 거대한 자연속에서 그런 풍경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는데 사진을 통해 보는 무스탕도 그럴 것이라는 흥분감이 든다.
이 책은 트레킹 코스를 따라 저자가 경험한 그대로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좋은 건 저자의 풍부한 문화적 지식을 통해, 보다 심도 깊은 역사적인 의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남에게 보여주는 기행문이란 이래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 경험에 의한 여행은 휴양지를 제외하고 그곳의 역사를 알고 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 미세한 지식의 차이가 엄청난 감동의 차이를 낳는다. 사실, 먹고 자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은 현지에서 해결하는 것이 최고다. 책이나 여행사를 통해서 알수 없는 고급정보는 현지의 관광객들과 교류하는 것이 최고라는 말이다. 물론, 황당한 경우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감수해도 좋을 만큼 고급정보가 더 많다. 그러므로 사실, 알고 가야 할 것은 가려고 하는 곳의 역사적인 지식이다.
시각적인 것, 그림도 그렇고, 눈으로 보는 문화유산도, 경이로운 풍경도 그렇다. 저 곳이 예수가 태어난 마굿간이다, 라는 것을 알고 보는 마굿간과 그냥 멍하니 보는 마굿간은 기억에 남겨지는 자체가 틀리다.
무스탕도 그렇다. 높다란 기암절벽의 중간에 뻥뻥 뚫린 혈거 동굴을 보며 우아아~ 신기하다, 그런 느낌을 받겠지만 그것이 어떻게 생긴것이며, 어떤 이들이 살았고, 어떤 역사를 지녔는 가 하는 것을 알고 보면 더 경이로울 것이라는 거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다른 기행문보다 다소 앞선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무스탕에 알게 되었다. 무스탕의 역사에 대해서도, 풍경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곳을 여행하면서 놓쳤던 저자의 경험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나는 무스탕을 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에 앞서 이 책을 한 번 더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들고 갈수도 있으리라. 갔다온 이후에도 다시 한번 펴보게 되리라. 그러니 이런 책들이 어찌 소장가치가 높다 하지 않겠는가.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비토(vito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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