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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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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이외수
해냄(네오북)

인상깊은 구절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내 글을 허락도 없이 게재하시는 분들이 있다.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내 글을 사랑해주시는 거라 생각하고 눈감아드릴 때가 많다. 그러나 출처를 안 밝히거나 오자 탈자 투성이거나 심지어는 남의 글과 교접을 붙여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버리면 면상이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진다. 자기 자식 납치해다가 눈알 빼고 코 뭉개고 심지어는 다른 놈 팔다리까지 붙여 놓으면 부모로서 기분이 어떨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보라. 퍽!
- <하악하악> 170쪽
 
미치겠다.

 이 책은 아무래도 이외수 아저씨가 독자들을 웃기려고 쓴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감에 쩔었을 때의 내가, 그것도 출근하는 아침 전철 안에서 웃으며 읽었을 리가 없다. 전철에서 키득거리다 주위의 시선을 느끼고 어찌나 민망했는지. 게다가 제목도 '하악하악'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숨소리(?)인 것, 맞다.

 제목에서 힘을 얻어서인지 공공연하게 야동 얘기도 끄집어내고, 인터넷 비속어들과 군대용어들도 난무한다. 한마디로 시기성 잘 탄 재미있는 책이다. 하지만 재밌기만 한 것이 아닌 것이 이외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색의 꺼리도 남겨주시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생각해보면 허술해 보여도 속은 꽤 내실있고 꼼꼼한 분이실 것 같다.

 이외수 아저씨 나이는 어디로 잡수시는 걸까.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케이스다. 나이드실수록 생각은 어려지시는 건지, 시대 흐름 파악을 잘 하시는 건지. '하악하악', '쩐다', '즐', '킹왕짱' 등의 단어는 언제 들으신 건지. 그나마 '빵상'이 빠진 것을 보면 케이블 TV는 안보시는 것 같기도 하고.

 늦은 밤 동그란 안경 쓰시고, 앉은뱅이 책상 위에 놓여진 노트북으로 야동을 검색하는 이외수 아저씨의 모습이 연상된다면 이 책 잘 읽은 거다.

 이 책의 부제는 '이외수의 생존법'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그렇다. 생존법이 필요하다. 몸으로 부딪히며 세상을 알아가기에 우린 너무 약하고 세상은 굳건하다. 이런 이유가 아마도 되도 않는 자기계발서들이 인기있는 이유일게다. 다른 사람의 성공스토리를 훔쳐서라도 성공해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때이니.

 자기계발서 얘기로 들어가면 무척이나 할말이 많으므로 다시 <하악하악>으로 돌아와서.

 이외수 아저씨가 이 책으로 제시하는 생존법은 말하기다. 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하고, 싫을 땐 싫다고 말하고. 맘에 안드는 것에는 콱!하고 한대 쥐어박으라 한다. 때론말하다 상처를 입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것. 그것이 이외수 아저씨가 말하는 생존법이다.

 강원도 산속에서 조용히 살고 계시면서(지난 겨울 '1박 2일'을 본 사람은 다 안다. 이외수 아저씨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어준 미술관 같은 집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살고 있는 지를-) 뭐 그리 사람들과 부딪힐일이 많을까마는... 최근엔 인터넷이라는, 안방에 앉아서 저 먼곳의 누군가와도 생각을 주고받는 시대이니 어딜가나 사람들과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 내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선 나는 어떻다고 의사를 밝히는 수밖에.

 얘기가 길어져 책의 재미보다는 사족이 길어졌지만, 책은 아주 재미있다.

 군데군데 섞인 물고기와 풍경들의 세밀화는 소스라칠정도로 리얼하고(하지만 책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래서 더 웃기다).

 최근 좀 지치거나,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주저없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외수 아저씨 킹왕짱!"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씨엔(iandy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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