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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행복한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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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돈나
자케스 음다 지음
이명혜 옮김
검둥소
2008



■행복한 마돈나는 우리들 곁에 있다

백인 우월주의,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비롯해 인도의 카스트제도와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는 모두 '인종차이'를 근간으로 인간을 차별해 왔다.

종교뿐만 아니라 인종분쟁을 통해 수십년동안 내전을 일으키는가 하면 독립운동을 위해 게릴라전을 불사하며, 수십년동안 얼굴색이 다르다고 차별을 받아온 것이다.

이 책 <행복한 마돈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즉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현실과 그에 대한 저항의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또, 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주에 속한 엑셀시오라는 작은 마음에서 벌어졌던 흑인과 백인간의 섹스 스캔들을 소재로 삼았다. 여기서 말하는 섹스스캔들은 단순한 가십성이 아니라 인종차별을 근간으로 하는 인간의 문제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흑인여성 '니키'다.

니키는 인종차별정책의 중심에선 저항의식의 상징이며, 우리를 구원하러 올 마돈나(성모 마리아)로 대표할 수 있다.

저자 자케스 음다는 아버지가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망명생활을 미국에서 시작한 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이 단순 얼굴색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격적이고 인간적인 근본적인 인권문제의 차별을 발견했다.

그래서 저자는 <행복한 마돈나>를 통해 항상 우리곁에 희망으로 머무는 마돈나, 즉 성모 마리아와 함께하는 삶을 보여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유색인종(호트노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수준이다. 유색인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원래 살고 있던 토착민, 즉 아프리카너와 아프리카를 점령한 네덜란드게 유럽인인 보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말한다. 호트노트의 대부분이 아프리카너와 보어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지만 이들은 자신의 신분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정부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도 많은 차별의 대상이 된다.

이런 차별에 앞서 중요한 것은 바로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호트노트들이 강제로 만들어졌으며, 서서히 아프리카너 여성들이 내심 바란다는 것이다. 보어들은 아프리카너가 마음에 들거나 성욕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성행위를 한다. 이 책 <행복한 마돈나>에서도 아프리카너 여성 '니키'를 통해 부도덕법과 혼합결혼금지법의 부당함을 고발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약 50년간 지속된 아파르트헤이트는 인종분리를 이상으로 삼는 정책으로 남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인종별, 민족별로 분리해 자치구역을 정해 준 제도다.

수천년동안 내려운 인도의 카스트제도와 비슷하다. 이 제도는 표면상 아프리카인들이 유럽문명에 물들어 별진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정책이었지만 실제로는 유럽인들과 아프리카인의 피가 섞이는 것을 차단하는 인종차별정책이다.

그래서 엑셀시오에서 19인사건이라고 4명의 보어인들이 15명의 아프리카너 여성들과 섹스한 것에 대해 부도덕법과 혼합결혼금지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만민은 평등하고 공평하며 공정해야 할 재판장에서도 인종차별은 벌어진다.

 

흑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방청석에 앉는 걸 허락받지 못했다. 그들 중엔 법정으로 들어가서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을 수 있는 사람들도 몇 명 되지 않았다.(94쪽)

 

하지만 재판을 받는 과정에 여자들이 남자들에 대한 증거를 찾지 않고 오히려 무죄를 바라는 것은 백인들의 아이들을 갖게 되며 순수혈통을 헤친다는 생각이 점점 마비되어 오히려 섹스를 즐기는 단계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그게 의문입니다. 여자들이 남자들에 대한 증거를 더 이상 준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곧바로 남자들이 그 여자들을 위해 보석금을 예치하겠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여자들이 상담을 받을 여유가 있겠습니까?"(103쪽)

용서와 화해만이 인종차별없는 땅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넬슨만델라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결국 아파르트헤이트는 철폐됐지만 그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뿌리까지 흔들지는 못했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선되는 것은 아마도 용서와 화해라고 저자는 말한다.
 
■복수보다는 용서와 화해의 길을 택하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 법, 용서와 화해만이 인종차별없는 땅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넬슨만델라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결국 아파르트헤이트는 철폐됐지만 그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뿌리까지 흔들지는 못했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선되는 것은 아마도 용서와 화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엄마는 어때? 엄만 흑인이잖아. 하지만 엄만 폭식하는 사람이 아냐. 엄마의 명분은 뭐야?"

니키가 웃었다.

"괜찮아 엄마?"

포피가 불안해하며 물었다.

니키가 웃음을 겨우 눌러 가며 소리쳤다.

"오, 포피! 네가 농담을 할 정도로 컬러드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무척 행복하구나."

"부끄러움은 분노와 함께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

포피가 나직하게 말했다.

"넌 이제 자유를 얻은거야, 포피. 그리고 넌 나 역시 이토록 자유롭게 만들었어. 오랫동안 난 널 좌절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빠졌지. 난 널 컬러드로 만들었거든. 사람들이 널 조롱하고 모욕할 때마다 내 가슴은 죄의식으로 타들어갔어."(310쪽)

책 마지막 부분에 '모든 것은 우리 어머니들의 죄에서 비록되었다'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세대를 내려와 지금 우리들에게는 복수보다는 평화라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주인공 니키를 통해 우리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메세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이제 행복한 마돈나가 있다.
 ■아프리카인들의 해체가 보인다

이처럼 유럽계 백인 정착민들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투스탄에 살고 있던 아프리카인들을 유인했다. 아프리카인들에게 각종 세금을 부과해 아프리카인이 현금을 얻기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던 것이다. 니키의 남편 풀레는 전형적인 아프리카인 광산노동자다. 고향방문이 제한되고 수입일부를 고향에 보내면서 노동자와 고향과의 관계가 끊어진다. 사실상 가족해체의 문제까를 낳기도 한다. <행복한 마돈나>는 유럽인 정착민과 아프리카인 노동자, 그리고 그 아내를 통해 아프리카인의 가정이 얼마나 쉽게 파괴되는지를 보여준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땡글이(faust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