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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홈리스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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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중학생
타무라 히로시 지음
씨네21



“보는 바와 같이 무척 유감스럽게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매정하다는 건 알지만, 앞으로는 각자 알아서 열심히 살아 주세요. 해산!!”

 


아버지는 해산! 이라는 말을 끝으로 삼남매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삼남배는 정말로 해체되어 노숙 생활을 시작한다.


일본에서 200만부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단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래, 개그맨 한 명의 과거사에 이렇게 집중되는지 궁금했는데...문장은 초딩 수준인 거 같고, 문장의 수준을 차치하고서라도 문학적인 가치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그 단순하고 유치함 속에 한 방이 있다. 이상하게 찡해지고 뭉클해졌다.


엄마가 암으로 죽고, 아버지 사업은 실패해서 집을 잃고, 형과 누나에게 짐이 되는 것이 싫어서 놀이터의 미끄럼틀 안에서 노숙을 하기로 결정한 중학생 다무라 히로시, 참을 수 없는 배고픔에 박스와 풀을 뜯어 먹기도 하고, 빗물에 목욕도 빨래도 해보고, 풀밭이 화장실이 된지는 오래고...자판기에 남은 동전을 주워 배를 채우는 계속되는 빈곤한 생활 속에서 그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인생의 진리들을 배워나간다. 오갈데 없는 자신을 받아준 친구와 그 부모님의 따뜻함, 죽은 엄마에 대한 믿음으로 나쁜길로 갈 수 없었던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 점점 굳어진 형제애...그리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선생님들...이상하게 다무라 히로시의 아버지가 무책임하고 밉게 느껴지기 보다는 다무라는 참 아버지에게 많이 고마워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평범한 가정의 철없는 막내로 자라나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를 다무라 히로시는 지금 개그맨이 되어 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다. 오늘의 모든 축복은 그 때 배운 사람냄새와 작은 것들의 소중함에서 시작되었음이 확실하기에 그는 가난과 어려움을 발판으로 삼아 성공할 수 있었다. 궁핍했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부자였던 히로시는 진정한 승리자가 되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이 친구,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배워서일까...사진을 보니 겉늙었다.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이 책을 통해 유명인이 되어 아버지를 찾을 수 있게 되어서 이 책의 성공보다 더 기쁘다는 그는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다고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왜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아는 사람은 흔들릴 이유가 없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엄마,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한 누나와 형...그리고 아버지까지, 그는 가난해봤기 때문에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이 드라마틱한 실화에서 오랜만에 아주 소소한 즐거움과 재미를 느꼈고 무엇보다 진짜 사람의 이야기라 더욱 좋았다.


표지 속에 등장한 그가 한 때 아이들에게 똥신으로 불리우며 똥미끄럼틀에서 노숙 생활을 했던 그 곳이 지금은 일본의 관광명소가 되었다는데 다부진 몸으로 미끄럼틀 위에 서있던 그의 검고 순박한 얼굴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유치하고 단순하지만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던 문장들...최고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삐리리(tazzo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