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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홍령


 

홍령. 1
·2

정선영 지음
여우비 2009.06.25
펑점

분명, 로맨스 소설이란 이야기에 끌려, <홍령 1·2>를 손에 쥐었다. 이 가을, 왠지 가볍게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가슴을 훈훈하게 적시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붉은 방울을 뜻하는 <홍령>의 은은하 표지도 한 몫을 하며 눈길을 끌고고, 한지 느낌이 살아있는 표지도 손에 쥐기에 참으로 따스한 감촉을 지녔다. 그런데, 시작부터 괴이했다. 어두운 동굴 속, 피묻은 주먹밥을 먹으며, 살기 위한 극단의 몸부림, 그리고 배고픔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장 한 잠 넘길수록 '무협지'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협지를 즐겨 있지 않았고, 딱히, 무협지라 할 만한 책은 손에 쥔 기억조차 없는 내게, 로맨스 소설를 표방한 무협지란 생각이 드는 순간, 잔잔하게, 하나의 영상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것은 바로 몇 년 전 <다모>라는 드라마였다. 왠지 모르게, <홍령>이란 이 소설과 <다모>라는 드라마가 하나처럼 느껴지면, 애잔한 감동이 온몸을 적셨다. 그만큼 의심의 순간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도 쉽게 빨려들었다. 그러면서, 아슬아슬 외줄타기하듯 팽팽한 긴장감에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졸이며, 숨가쁘게 읽어내렸다. 이것은 난생 처음, 아주 생경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서로 죽이고 죽이는 혈투, 암투 속에서도 잔잔하고 아련한 사랑의 기운이 넘치고 넘치면서 이 책을 감싸고 있어, 분명, 로맨스 소설임에 틀림 없었다.

 

'홍령' 또는 '륜'이란 불리는 살수와 '하난'이란 소녀의 우연한 만남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어린 소녀는 '륜'에게 연정을 품게되고, 살수인 홍령에게 사람, 사랑의 기운을 북돋워주면서, 서로 연모하게 된다. 하지만 홍령을 사육한 주인은 홍령을 죽이려는 계책을 부리고, 하난 또한 사육하게 된다. 주인의 뜻에 따를 수 밖에 없는 하난과 륜은 사랑하는 이를 끊임없이 연모하며 죽음을 다해, 지키려 노력하는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커다란 줄기이다. 그리고 주인의 검은 그림자, 황제에 의한 갖은 시련 사이에서, 간계와 피비린내는 혈투, 그리고 또다른 황궁의 암투가 절절한 사랑과 끈끈한 우정(?)이 맛깔스런 양념이 되어,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뻔한 이야기라 생각하면서도, 그 이야기의 힘에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예상하지도 못한 독특한 이야기, 생소한 이야기를 만나, 주말내내 정신없이 보냈다. 흡사 무협지 아닌가 했던 생각을 돌이켜보면, 괴이했던 첫장면과 '사육'되면서 인간미를 잃어가는 살수란 소재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이야기 전반을 흐르는 사랑의 힘(하난과 륜의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다. 사제간의 사랑일 수도 있었으며, 부모자식간의 혈육의 정을 포함하며, 넓게는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보편타당한 사랑이었던 것 같다), 사람으로 살기 바라며 갈등하는 살수의 모습이 오히려,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면서, 이보다 더한 로맨스 소설은 더이상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는 너무도 선명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아직도 이야기 속 여러 장면이 살아 끔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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