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온 편지
아직 나는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ㅡ. 나 나름대로는 열린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편견 없이 사물을 바라보고, 언제든지 부족한 점이나 잘못된 점은 바로바로 고칠 수 있도록 항상 낮은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나의 큰 바람일 뿐이었다 ㅡ.
최근에 들어서는 “어떤 주제인가, 어떤 장르인가” 하는 정도의 대략적인 것만 슬쩍 살펴보고 책을 고르는 방법을 자주 취해왔던 터라, 『히말라야에서 온 편지』를 살펴볼 때 세심하게 책의 이것저것을 보지 않았다. 더군다나 항상 꿈꿔왔던 「히말라야」가 책의 제목으로 담겨져 있으니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눈이 뒤집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받고 보니 「하나님」이 많이 등장한다 ㅡ. 그리고 또한 모든 것들이 「하나님」으로 귀결된다 ㅡ. 순간 아차 싶었다. 개인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으로!!) 개신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개신교라는 종교자체가 아닌 그 종교를 다른 의도로 이용하는 소수의 사람들로 인한 반감이 조금은 확장된 것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부디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ㅡ. ^^;;) 이 책을 읽은 지금, 특정 종교에 대해 깊숙이 들어가서 이야기 할 생각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없으니.. 최대한 종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종교에 대해서 감히 내가 어떻게 생각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앞서 말한 나의 편견들이 단지 바람이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 적어도 나에겐 - 보다 중요한 일이다 ㅡ.
사실 인생에서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하면서 어떤 통찰과 깊은 사색을 가졌느냐가 중요합니다.
오늘 나는 여기까지 오면서 어떤 깨달음을 가지게 되었는가?
이것이 오늘 히말라야가 내게 묻는 물음입니다. - P 63
『히말라야에서 온 편지』는 자연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ㅡ. 히말라야가 물어오는 물음에 답하는 과정을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pure heart, poor life, prepare body”라는 목표로 떠난 트레킹을 통해 히말라야와 네팔, 인도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하늘에 가까운 히말라야에 다가가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삶과 닮은 여행을 하고, 하늘을 향한 준비된 마음을 키워가는 여정을 담아낸다. 그 과정에 역시나 종교에 대한 관심으로 인도와 네팔의 종교분쟁을 안타까워하고, 서구 문물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잃어가는 여러 지역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며, 또한 그런 사람들을 향해서는 안타까움과 질책이 뒤섞인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치유를 이야기하고, 희망을 이야기 한다 ㅡ. 자연, 그리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이야기들은 당연히 좋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자동적으로 많은 반성의 자세를 가지게끔 만들지만.. 순간순간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편견은 어쩔 수 없었다. 보다 비판적으로 책을 봐라봐서 일까?! 아직은 완전히 열리지 않은 내 맘을 탓해야 할 것 같다 ㅡ.
자신을 성찰하는 깊은 고독에 들어가지 않으면 우리는 그 계시를 잡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히말라야에서는 깊은 침묵이 필요합니다.
말이 필요 없고 말을 절제하는 그 세계에는 또 다른 세계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 P 182
얼마 전 우연히 좋은 기회로 인해 어느 여행 테라피스트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경험해 봤듯이 당신도 혼자 여행하면 많이 외로울 텐데.. 어떻게 견디냐고 ㅡ. 돌아온 대답은, 혼자됨을 두려워하지 말하는 것이었다. 더 깊은 고독 속에 나를 던져야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고 ㅡ. 내가 히말라야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이유가 어쩌면, 머리로는 알 수 없었던 것을 이미 나의 몸과 무의식은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깊은 침묵과 깊은 고독으로 또 다른 세계를 찾아가야 한다고 아우성치면서 말이다 ㅡ.
충분히 넓은 사고를 가지지도, 편견 없는 열린 마음을 가지지도 못한, 못난 나를 만날 수 있게 만들어주심에 우선 감사함을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또한,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곧지 못한 시선과 사고를 가진 나를 버리고, 보다 순수한 자연에 가까운 삶을 꿈꾸게 만들어주심에 감사함을 표시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치유와 위로의 힘을 얻을 수 있는 『히말라야에서 온 편지』였다 ㅡ. 이제는 나의 꿈을 현실화시킴으로써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대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ㅡ.
[출처] [오늘의 책콩] 히말라야에서 온 편지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아나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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