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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통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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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심리학
클레어 레인스 지음
한국경제신문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클레어 레인스(Claire Raines)가 이 책에서는 세계적인 심리학자로 소개되어 있지만 찾아보니 그렇게 세계적인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인지 심리학이나 발달 심리학 쪽에 관심이 많아 이 분야의 학문적 흐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학계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주로 현장에서 일하는 심리 상담가로서 특히 의사소통(Communications)과 세대 간 문제(Generational Issues)에 대해 명성을 쌓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들이 세계적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들의 폭넓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전문 분야의 책을 냈기 때문에 그 신뢰성은 익히 믿을만한 것이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그 폭 넓은 현장경험은 이 책의 내용면에서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구성 면에 있어서는 단점으로 작용하는것 같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1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사용하는 특정한 의사소통 방식들을 수집하고 분석한 것을 책으로 펴 낸것이다. 그래서인지 풍부한 현장경험을 통한 실천적인 지침들이 담겨 있어 실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러한 사례들이 너무 짧막하게 열거되어 있어서 내용의 깊이가 떨어진다. 게다가 미국 위주의 현장을 담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도 어느정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동양 문화권에 이 사례들을 적용하기에는 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소통의 기술을 다루고 있지만, 주로 직장에서 어떻게 다자간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가,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와 차이속에서 어떻게 상호 시너지를 내며 협력해 당면한 일들을 처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문화와 시간, 종교와 인종을 넘나드는 관계가 점차 증가되고 있기에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관계의 진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당연히 사람이 하는 일이고, 무엇보다도 상호 신뢰가 기반이 되야 하는데, 바로 신뢰를 쌓기 위한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의사소통 전략은 별다른게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 공통점을 찾아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무척 기본적이고 다 아는 내용 같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이 책은 이러한 기본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발달시키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저자들이 황금법칙과 티타늄의 법칙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황금법칙은 남들이 자신을 대하듯이 남들을 대하는 것을 말하는데, 즉 자신이 받고 싶은 대우를 남들에게도 똑같이 베푸는 방법이다. 이것은 양쪽이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일 때 효과적인데, 성향이 다른 상대에게 적용하면 무리가 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티타늄의 법칙은 다른 사람의 기호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누구나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려고 한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러한 법칙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과 공감할 줄 알고 남을 의식하며 이해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이를 위해 관점을 바꾸는 의사소통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자신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1인칭 관점,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그 사람의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2인칭 관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한발짝 물러나 관찰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3인칭 관점을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무엇을 하던 1인칭 관점에서 시작하여 2인칭, 3인칭 관점을 점검한 뒤 다시 1인칭 관점으로 돌아오라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남달리 인간관계를 맺는 일에 능숙한 사람들의 사례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데, 책 속에 소개된 내용들은 생각보다 그리 실감나지 않는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라디오를 통해 전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진솔한 인터뷰를 행하고 있는 테리 그로스의 사례와 기념할만한 사건 프로젝트를 만들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는 리처드와 미첼 스테켈 부부의 사례는 일상적인 사무직 환경의 직장이나 비즈니스 테두리에서는 좀 벗어나는 이야기같다. 광고대행사 고객 회계주임인 헥터 오시의 사례도 단 하나의 계약건에 대한 사례만 주로 언급하고 있어서 비즈니스 현장에 대한 체험 치고는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또한 인맥을 금맥으로 만드는 스무가지 소통이야기라는 주제로 20개의 Q&A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주로 의사소통이나 관계 맺기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제시하고 그에 이 책의 저자들이 답변해주는 형태인데, 이것 역시 구체적인 지침 치고는 내용도 짧고 약해보인다. 답변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다. 어쨌든 이 책은 인관관계 맺기와 소통의 문제가 간단한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무척 미묘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누구나 기본은 안다. 하지만 상황에 맞게, 코드에 맞게 말하고 통하는 문제는 그 때에 따라 모두 다른게 아닌가 한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kangsc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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