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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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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친정 집에는, 500원 동전 크기 만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다. 독특한 물건을 모으는 동생의 수집 목록 중 하나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이 모나리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람들을 헤치며 가까스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그 모나리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손톱만한 크기인데도 눈코입이 찌그러지지 않고 온전한 것이 진짜 모나리자보다 더 신기해 보였다. 게다가 금박을 입힌 액자까지!



모나리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화이다. 그래서 유리보호막을 입고 언제나 특별 관리를 받으며, 세계 각지에서 그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오는 수고도 마다 않고, 그림 앞에서 탄성을 지르는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명화'는 여기저기서 비틀리고 있다. 수염을 달지 않나, 그림 속의 벽지로, 부동산 광고의 이미지로 등장하거나 앞의 미니어처 액자처럼 여기저기서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패러디되며 간혹 그 위상만큼이나 조롱을 당하기도 한다.
비단 모나리자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소위 명화라고 꼽히는 것들은 이런 수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은 단지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니카 봄 두첸의 <<세계 명화 비밀 : 서양미술사의 기념비적 걸작 8편의 비밀이야기>>은 걸작들이 이러 사회적 현상을 겪는 데서 의문을 갖고 출발했다.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고야의 '1808년 5월 3일', 마네의 '올랭피아', 고흐의 '해바라기', 뭉크의 '절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폴록의 '가을의 리듬' 모두 여덟 작품을 꼽았는데 기실 논하고 싶은 작품은 더 많았을 것이다.
작품의 기원이나 당시 사조 및 시대적 배경, 그리고 작품이 발표되고 난 뒤의 반응 등을 살피고 있어서 저자가 의도한 대로 미술 작품에 대한 전기라고 표현해도 될 성 싶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혹은 입문하려는 대중을 위한 교양서로 손색 없다. 그러나 저자의 바람대로 미술학도나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끌 만한 정도는 못 될 것 같다. 

우리가 몰랐던 '비밀', 그러니까 작품이 탄생해서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는 여덟 작품 모두 흥미롭다. 또한 서양의 대형 조각이 흰색 대리석 일색이 된 데에는 신고전주의 영향 탓이며, 다비드 상은 '어떠한 역경도 이겨내는 이탈리아 민중의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라는 것, 17세기 초기 사람들은 모나리자에서 성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것, 고흐나 뭉크 뿐 아니라 화가들은 스스로 만족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다양한 복제품을 그린 다는 것,현대인의 고독을 잘 표현한 뭉크는 잉카 문명에서 영향을 받았고, 피카소 역시 뭉크와 마찬가지로' 페루의 미라'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현대 미술의 새 장을 연 폴록이 다른 무엇도 아닌 인디언의 모래 뿌리기 의식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걸작에 대한 전기적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자료를 보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다. 현대 미술에서 재창조된 걸작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그러나 경의를 표하고 있는 작품들을, 그 작품만을 놓고 보았다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벼운 웃음만 흘리고 말았을 것이다. 또, 저자가 손꼽은 여덟 개의 하나 하나의 작품과 비견할 만한 또 다른 명화를 보며 각각의 그림의 의도하는 바의 차이를 알아가는 것도 우리의 식견을 넓혀준다. 지면 가득 큼직하게 실린 화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흑백이 아니어서, 그림이 콩알만하지 않아서 마음이 시원해진다.
<<세계 명화 비밀>>은 <<두첸의 세계명화비밀탐사>>를 재출간한 것으로 무엇보다 책의 거품을 뺀 것이 눈에 띤다. 양장본에 컬러판인데도 만 원을 넘지 않는다. 요즘 그럴 싸한 책들은 문고판이 아닌 양장본으로 가격을 부풀려서 나오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한 것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세계 명화 비밀>>, 모니카 봄 두첸 지음, 김현우 옮김, 생각의 나무, 2005년, 9800원 

[세계 명화 비밀] 속 8개 명화보기

1. 미켈란젤로 부나로티 : 다비드 David
2. 레오나르도 다빈치 : 모나리자 Mona Lisa
3. 프란시스코 데 고야 : 1808년 5월 3일 The Third of May 1808
4. 에두아르 마네 : 올랭피아 Olympia
5. 빈센트 반 고흐 : 해바라기 Sunflowers
6. 에드바르드 뭉크 : 절규 Scream
7. 파블로 피카소 : 아비뇽의 처녀들 Les Demoiselles d'Avignon
8. 잭슨 폴록 : 가을의 리듬 Autumn Rhyt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