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지옥
김나인
심지
사랑이라는 감정속에 숨은 파괴적 욕망을 바라보며~
표지속 검은 고양이를 바라본다. 검은 고양이와 세상이라.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인가?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과연 어떨까? <개미지옥>의 표지를 바라보며,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저녀석(강아지 혹은 고양이)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옆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정말 저녀석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간혹 마당에 나가 개미들을 관찰할때가 있다. 줄지어 가는 무리들, 죽은 벌레를 이고 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동물, 곤충의 이야길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 개미지옥을 본 적이 있다. 모래언덕이나 흙더미에 움푹 들어간 구멍. 그곳에 빠진 개미.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이라는걸 하기는 할까? 그곳을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은 그저 본능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걸까?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쓸쑤룩 점점 더 빠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얇은 두께의 <개미지옥>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공상에 사로잡힌다. 원래 좀 엉뚱하기도 하거니와 뭔가에 생각이 빠지면 더더욱 헤어나올 수 없이 헤매는지라...공상의 나래를 접고, 책을 펼쳤다. 충남 보령 출생이라는 김나인 작가를 처음 만난다. <배꼽아래>, <파리지옥>,< 술취한 밤은 모슬포로 향하고> 등의 소설집을 냈다는 저자는 2007년 아시아 작가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단다. 이렇게 <개미지옥>을 통해 난,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얇은 두께라 너무 만만하게 봤나 보다. 사실 읽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초반 좀 헤메였다. 책중 니키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니키라는 인물이 정말 고양이인지, 아니면 자신이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인건지..그들의 이야기가 두서없이 오락가락 내게 전해진다. 니키, 에밀리, 펠벳이라는 세명의 인물들은 보호시설에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으로 웃음을 잃은 에밀리의 옛 이야길 전해들으며 가슴이 아팠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뭔가가 뒤죽박죽 섞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에밀리의 삶이 일반적인 삶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밀리의 행동을 보며, 그녀의 마음이 어떨까를 그려보지만,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그저 묵묵히 그녀의 이야길 들을 뿐이었다. 펠벳이란 인물은 또 어떠한가? 자신을 위해,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엄마, 그리고 옷장속에 숨어 지내는 아들. 그리고 아들의 선택을 보며 또 한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들의 이야긴 조금은 비현실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펠벳의 모습이라던가, 니키와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길 나누는 모습을 볼때면 다른 이들보다 더 정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철학적이고 심오한 분위기마저 내뿜는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길 읽으며, '그래서?' 라는 의문은 계속되었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내게 무얼 말하려는 걸까? 읽을수록 이런 의문만 쌓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궁금증이 늘어나고 마지막 니키의 방에서 발견된 '니키의 일기'는 순간 날 멍하게 만들었다. '니키의 일기'를 읽으며 경악한 검시관 옆에는 나도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속에 숨은 무서운 파괴적 욕망을 옅본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를수도 없는 집착과 증오. 웬지 섬뜩하기까지 하다. 초반 갈팡질팡 길을 찾지 못하던 작가의 메세지가 비로서 내게 전해져 왔다. 조금은 난해했기에 온전히 이해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에밀리와 펠벳, 니키를 통해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을 바라본다. 사랑속에 숨어 있는 공포. 그리고 개미지옥. 개미지옥에서 허우적되는 그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별이(rubiya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