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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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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
비명소리 가득한 방
북오션

밤에는 절대 읽지 마세요~
 

중학교 1학년때였나..선물로 도서상품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전에 아버지랑 손을 잡고 서점에 들린 적은 있었지만, 도서상품권을 직접 받은 적은 없어서 참 기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상품권을 가지고 서점으로 직행해서 구입했던 책이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당시만 해도 책이란 나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책을 구입했을 당시, 꽤 무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으스스한 공포도 체험하고 무더위도 날려버리자는 맘으로 구입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잼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문제는 읽을 당시에는 별로 무섭지가 않던것이 시간이 흐른후, 또는 책에서 읽은 장면과 같은 상황에 처했을때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책에서 읽었던 장면이 자꾸만 아른거릴때, 참 식은땀을 흘렸더랬다.
 

많은 시간이 지닌 지금 동명의 책을 발견했다. 출판사도 다르고, 올해 출간된 책이라 이전에 읽은 책과는 다르겠지만, 웬지 그때 그 느낌이 들어 아이러니하게도 반가웠다. 처음 선물받은 도서상품권으로 구입한 그때 그 책, 그리고 '별거 없네' 그렇게 말해놓고선, 시간이 흐른뒤에 엄습해 오는 공포...
 

호기심이라고 해야 되나? 그때 그 느낌의 책일까 싶은것이. 그리고 워낙에 공포소설을 즐겨 읽는지라, 한번 읽어보자꾸나 싶었다. 생각해보면 그이후론 장편으로 된 공포소설을 가끔 읽기는 했지만, 이런 단편으로 된 책을 접해본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은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즉 일상적으로 경험하거나 목격한 일, 혹은 어디에서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짤막짤막한 단편모음집이라 금방 읽을 수 있고 흥미롭다. 사실 읽을당시에는 무섭지 않은 이야기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술술 읽혔고 한편으론 '공포가 너무 약한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했더랬다.  하지만 전혀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아닌,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하거나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연스레 그 장면이 떠올라 가끔씩 오싹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오싹함을 경험하고 나서는 되도록 밤이나 새벽엔 읽지 않았더랬다. 책에 집중하거나 밤이나 새벽에 책을 읽다 잠이 들경우, 책과 관련된 내용을 꿈으로 꾸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별거 아니네' 그래 놓고선, 밤을 피하며 읽은 아이러니한 책읽기. 아마도 은연중에 공포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책속에 포함된 45편의 이야기중 3분의 1정도는 어디에서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이었고 나머지는 이 책을 통해 새로 들여다 보게 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알고보니 귀신이라던지, 원래 그 자리에 거울이 없었다던지, (이런 거울과 관련된 공포이야기를 접할때마다 밤에 거울보기가 무서워진다 ;;), 친구가 귀신이 되어 도움을 청했다던지, 아무도 없는 집안에 알고보니 누군가 있었다 던지 등의 다양한 이야기 들이 흥미롭다. 이야기가 워낙 짧아 스토리로 기억되기보다는 장면으로 기억되는데 그래서 더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것 같다. 가령 '영준이의 눈'이라는 단편을 보자. 아내를 죽인 영준이의 아빠는 아들이 자꾸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이 아내를 죽인걸 알게 됬다고 생각하고 영준이마저 죽이려고 한다. 영준이를 죽이기 전에 아빠는 사실을 밝히려고 하는데 그때, 영준은 궁금한것이 있다며 말을 한다. "아빠는 왜 계속 엄마를 업고 있는 거죠?" . 핵심이야기는 아주 간단하다. 단편의 내용이 이렇게 짧게 전달되는데 중요한것은 스토리보다는 장면이다. '영준이의 눈'에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바로 죽은 엄마를 업고 있는 아빠이며 우리는 영준이의 물음을 통해 오싹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45편의 단편들은 이렇게 짧은 스토리 안에서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을 떠오르게 만들어 잊고 있었던 공포를 끄집어 내 준다.
 

읽을땐 아무생각 없다, 나중에 뒷통수 치는 책이다. 무더운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고 싶으신 분, 오싹한 공포를 체험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한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별이(rubiya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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