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독서 마케팅을 이끄는 100권의 찬사서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책속으로 살포시 스며들 때가 있다. 책의 위대함을 벗어나 은연중에 그 속에 매립되어 버리는 것이다. 깊은 굴절을 경험하면서 배움에 감사하기도 한다. 그런 책읽기를 할 수 있는 책을 만날 때에는 큰 말이 필요 없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책을 껴안아주거나 눈물로 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런 책을 만났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은 사람이 있다. 김탁환, 그는 그 감정들을 한대 모아 뒤적 뒤적거리고 글로 끼적 끼적대어서 자신만의 <독서 열전>을 펴냈다. 자신의 감정들을 우리에게 전달하여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리라.
<독서 열전>은 딱 그렇다. 작은 타이틀처럼 자신의 영혼을 뜨겁게 달구었던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이다. 최근에 <죽도록 책만 읽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등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책속의 책'을 더러 만났다. 아, 멋진 책이로구나, 한 번 읽어봐야 하겠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준 덕분에 다양한 책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도 했다. 책에 대한 책은 딱 그 느낌에서 끝나거나 소개해준 책을 사보는 정도로 끝이 났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적어도 이런 책이 있구나 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그 책을 논하는 작가의 감정과 평론에 매료 되어버리고 말았다. 버릴 것이 없는 문장 덕분에 가벼울 수 없었다. 오죽하면 작은 노트를 꺼내어 그의 글을 주섬주섬 적어 내려갔을까.
게다가 하필이면 제일 처음 등장하는 끄적임은 '예술가들의 이야기'었다.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폴 오스터 작가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 접해보지 않았었다. 헌데 그의 작품인 '빵굽는 타자기'에 대한 거침없는 감탄사를 듣고서 절로 그 작가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꿈’을 말하는 작가를 유달리 사랑해서 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책은 무조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김탁환 작가도 '위로를 주고 깃발로 나부끼며 꿈을 요리하는' 폴 오스터의 책을 늘 권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결국 단칼에 질러버렸다. 분명, 내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철저히 작가의 강력한 유혹 때문이다. 서평을 쓰는 나로서도 책에 관하여 누군가에게 이토록 절절한 마케팅을 당한적은 없던 거 같다. 하지만 그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음이 울적할 때 읽어두고 싶은 유쾌하고 두꺼운 책 헨리 필딩의 ‘톰 존스’, 탐닉의 뮤즈라는 말이 어찌나 가슴저린지, 매혹의 단어 앞에서 작가가 극찬한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의 자리’외의 작품들,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볼 수 있는 시인들의 아름다운 언어의 나열인 소개된 모든 시집들, 떠나고 싶은 유혹과 떠날 수밖에 없는 마음을 흔드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지중해 기행’ 그리고 서울도 이와 같다면 이라고 생각한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 작가가 유독 길게 설명한 이민웅의 ‘임진왜란 해전사’, 작가의 최근 전공과 나의 시작 전공이 동일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공감 키워드 ‘디지털 미디어 스토리텔링’ 등 너무 많은 작품들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대체 작가는 이 백 권의 작품에 모두 이토록 감동했단 말인가. 그리고 얼마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 감정에 휘둘리고 있는지 아는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100권 모두를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욕망은 절대 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작가의 표현이 자신의 경험을 빗댄 따뜻함으로 뭉쳐있고 다양한 시선으로 애서가들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도 조심스럽게 독서 열전의 도전자가 되 보고자 손을 들어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저자만큼의 격정적 울림까지 다가가진 못하더라도 “이 책 꼭 읽으세요!”라고 누군가에게 전달할 만큼의 마음만이라도 얻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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