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논객들 대한민국을 말하다
인상깊은 구절
- 정치인이 정치 9단이 되길 바라지 말고, 국민 모두가 정치 9단이 돼야 하오. 그들의 행보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음을 잊지 마시오. 그들이 세상을 망쳤다 탓하지 마오. 그런 이들을 뽑은 자신을 탓하시오. (154p)
- 대한민국의 희망을 얘기하려면 진정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오. 반성이 돼야 무엇을 고칠 것이며,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알 수 있다 이겁니다. (중략) 자신의 내부와 권력의 내부를 정확히 본 후 무엇이 잘못 됐는지를 알고 희망 만들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59p)
이따금 TV로 사극 드라마를 볼 때면 어김없이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정치판은 지금이나 저때나 똑같구나-" 수백년전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 속에는 백성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신하들이 있는 한편, 서로 권력을 손에 쥐고자 싸우고 왕에게 아첨하거나 이간질하며 모략을 세우기에 바쁜 대신들이 있었다. 사실 나 또한 정치와 역사에 대해 무관심해왔던게 사실이다. 선거는 꼬박꼬박 빼먹지 않고 했지만 막상 누군가가 당선된 후에는 정치에 관심을 끄고 살았다.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모습이 보기 싫었고, 나는 그저 내 삶 하나 챙기는 게 제일 급했으니까.
그렇지만 요즘에는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정치와 사회현상에 무관심해온 것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부끄럽게도 나는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뭔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구석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대체 뭐가 옳은 해결책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차근차근 공부를 하고 관심을 가지려던 중, <조선의 논객들 대한민국을 말하다>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조선왕조 600년동안 생존했던 인물들을 지금 이 자리로 모셔와 조선과 대한민국의 문제점에 대해 가상대담을 나누는 컨셉의, 재미난 책을 말이다.
이 책에는 박제가, 이중환, 박지원, 허균 등 우리가 익히 들어본 위인들 뿐 아니라 흔히 '역적'으로 생각하고 욕하던 신숙주도 등장한다. 책 첫머리에 그들이 스스로 자기소개를 해 주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이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도 책을 읽어나가는 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먼저 조선에 대해서 비판하고, 조선을 리모델링하는 한편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온갖 쟁점들(한미FTA, 대운하, 정치, 양극화, 분단현실 등)에 대해 치열하게 대담을 나누었다.
600여년 전에도 이미 요즘과 비슷한 문제들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과거에 잘못되었던 일들이 현대에 와서도 미처 해결되지 못하고 쓴뿌리로 남아 많은 이들이 걸려넘어지게 하고 아프게 한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그때를 되돌아보며 타산지석삼아 이제라도 고쳐나가야 할 터인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일단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알게 되고 나의 생각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차분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사회 여러 분야에 대해 '조선의 위인들의 가상대담'이란 형식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내어, 나같은 초보자들도 쉽게 그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칭찬받을만 하다. 하지만 하나 안타까웠던 것은, 사회현상에 대한 저자들의 의견을 조선의 위인 중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의 입을 빌어 말한 것으로 보이는 논쟁들이 더러 보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위인들이 놀랄만큼 같은 목소리를 모아 한쪽 편만 들고 있을 때가 그랬다. 이러한 작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재미없고 짜증나게만 여겼던 사회문제(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이다. 이제는 더이상 옛날의 악습들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나처럼 그동안 사회에 꽤나 무관심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기자신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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