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은 필립 체스터필드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무척 소중하게 여겼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그에게 그 책은 마치 그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결혼을 앞둔 때 아버지가 선물하신 콘스탄틴 마이클 맨티스의 《내겐 너무 잘난 딸에게 주는 아빠의 따뜻한 메시지》가 지금도 힘이 되어준다.
솔직히 이러한 유형의 책들은 교과서적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답을 이야기한다. 새로울 것 없는 이런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상에게 진실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책들은 생명력을 지닌다. 딸과 아들에게 전하는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메시지가 독자들을 호소한다.
짐 로저스의 비법을 훔쳐라!
짐 로저스도 한 딸아이의 아버지다. 세계적인 투자가답게 그는 아직 세 살 난 딸아이에게 부의 비법을 전하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혹 황금 노른자 같은 투자 방법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면 버려라. 짐 로저스는 빵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주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동시에 당신이 지금 꼭 참고해야 할 경제전망도 있다. 《딸에게 전하는 12가지 부의 비법》은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 모두에게 해당하는 부의 비법이다.
《딸에게 전하는 12가지 부의 비법》 마치 신문 연재 글을 읽듯 짧은 글의 연작이라 두세 시간이면 금방 읽을 수 있다. 이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 짐 로저스의 평생의 경험이 쌓인 비법을 훔쳐볼 수 있다니 제법 만족스럽다. 그의 딸 ‘르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짐 로저스의 성공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공부하고 생각하고 직접 확인한 후에 행동으로 옮겨라.” 그의 유일한 경쟁력이 이렇게나 간단하다니 맥이 풀렸지만 사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작은 것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마침내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상식이라고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공부하고 생각하고 직접 확인하고 나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공부하고 생각만 했을 따름이지 확인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필자를 바라보니 입 안이 무척 쓰다.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성공을 거두었던 투자는 관련 정보를 닥치는 대로 모으고 구석구석 조사하느라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의 작은 결실일 뿐’이었다. 그를 향했던 시샘의 눈길이 자못 경탄으로 바뀌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완성된다는 에디슨의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중국, 중국, 중국
어린 딸 ‘르르(짐 로저스는 중국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래에는 중국이 단연 우뚝 설 것이라 믿고 있다. 때문에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중국인 보모를 붙이고 중국 이름을 지어주기까지 했다. ‘르르’란 어린 로저스의 중국 이름이다.)’의 앞길을 지켜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도 가득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넘어져도 혼자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는 딸에게 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도, 나이에 얽매이지도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철학을 배우고 역사를 공부하라고도 한다. 역사의 흐름은 반복되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사고와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투자의 기본이기도 하다.
챕터 하나를 몽땅 중국에 할애할 만큼 중국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BRICs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브라질, 러시아, 인도의 미래를 중국만큼 밝게 보지 않는다. 브라질의 주식시장과 레알화는 여전히 불안하고 러시아 국내 사정은 혼돈스러우며, 인도의 관료주의와 인프라는 형편없는 실정이다. 그에 비해 중국은 장밋빛이다.
전 세계적인 시장의 불안으로 부화뇌동하고 있다면 그의 장기적인 관점에 일단 안심이 될 것이다. 바닥이 있으면 정점도 있고 수요가 있는 한 공급도 있다. 역시 투자는 미래를 보고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는 틀렸지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여전하지 않은가.
제목은 《딸에게 전하는 12가지 부의 비법》이지만 바로 당신에게도 들려주는 이야기다. 삶의 자세와 투자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금 재정비하게 한다. 동시에 당신의 자녀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짐 로저스지음
성귀수 옮김
중앙북스
(글 _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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