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의 본색
류승완
마음산책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전쟁영화를 뺀 대부분의 장르영화를 좋아하고, 정말 아니다 싶은 영화가 아니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아무런 사전 지식을 갖지 않고 봐야 영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사람도 많지만 난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영화 내용을 대강 알고가도 재미있게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소개 프로그램도 참 좋아하고 영화잡지도 좋아한다. 영화는 책처럼 볼 때마다 재미있다.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책과는 달리 영상으로 표현해야하고, 시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책보다 더 치열한 문화콘텐츠다. 관객이 각각의 시퀀스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어느 장면에서 관객을 당기고 놓아줄지, 울릴지 웃길지 미리 치열하게 계산해야하기 때문이다.
어쨌건 간에 그래서 나는 영화가 좋다. 류승완은 내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다. 쓸데없이 무게를 잡지 않는다는 점도. 소신이 뚜렷하다는 점도. 툴툴거리면서도 인터뷰를 잘 해준다는 점도. 그의 영화를 다 챙겨본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보았고 개인적으로 여기저기서 보이는 그의 모습을 괜찮게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류승완은 말이 많은 사람이다. 이 때의 말이 많다는 것은 수다스럽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말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오해를 사지 않는다. 당신은 XXX한 사람이야, 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냥 가만히 듣고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난 XXX한 사람이 아니라 OOO한 사람이야, 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때문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에 대한 호기심이 늘어난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책을 읽고나면 <다찌마와리-악인이여 급행열차를 타라>와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을 만든 영화감독 류승완 대신 한 사람의 류승완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생각 같아선 술 한잔 기울이며 이것저것 잡담을 하고 싶달까.
얼마전 류승완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다. 당시 강호동은 아직도 그를 '영화배우 류승범의 형'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했지만 그가 영화감독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자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청소년이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영화감독 1위라는 순위가 그것을 반증하고 있고, 나 자신조차도 어느새 류승완하면 류승범의 형이 아니라 재미있는 시각에서 영화에 접근하는 영화감독이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영화감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감독. 이런 감독들이 많아져야 우리나라 영화도 재밌어질 거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씨엔(iandy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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