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케이트 캐리건 지음 | 나선숙 옮김
(주)문학수첩
완벽한 결혼이란 없다, 고 생각했다. 완벽한 부인, 완벽한 남편, 완벽한 신혼살림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 모든 게 합쳐진 완벽한 결혼은 글쎄. 그런데 책의 뒷면에 무심히 써있는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완벽한 결혼이라는 게 없다고 말하지만, 있다. 정말로 세상에 없는 것은 쉬운 결혼뿐이다." 눈 맞으면 쉬이 결혼하는 요즘 모습을 보면 이 문장은 반대로 되어야 맞을 것 같다. 그러나 작가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 분홍빛 예쁜 겉장을 넘겼다.
소설은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나'와 나의 외할머니 '버나딘'의 이야기. 영혼의 짝인 마이클 터피와의 사랑이 무참히 깨지고 생각에도 없던 제임스와 결혼한 버나딘은 끝없이 마이클을 꿈꾸면서도 결혼이란 '생활'에 익숙해져간다. 한편 남편인 댄이 딱 "이 사람이야!"가 아니기에 '나'는 일어나지 않는 화학작용에 불안해하며 서투른 결혼생활을 시작하는데.
이야기의 시작은 분홍빛 표지가 알려주듯 요즘 시대의 칙릿소설같은 느낌을 풍겼다. 연애, 사랑, 서툰 결혼생활의 시작. 한낮의 공상같은 사랑에 빠져 당장의 현실은 던져버리는 버나딘이나, 여전히 독신생활을 유지하고파 하는 '나'의 모습은 철없이 보이기만 한다. 한편으론 처음 시작하는 새로운 생활에 이리저리 치이는 모습은 안쓰럽다. 왜 저러면서 결혼을 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왜 제목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인지 고개가 갸우뚱거릴만하다. 일단 레시피.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따뜻하단 생각이 드는데 잊을만하면 나오는, 입 안 가득히 침이 고이게 하는 레시피 덕분이다. 하나의 레시피가 주어지고, 그 레시피는 갈등으로 패여진 두 사람의 관계를 연결하는 데 도움을 주곤한다. 음식으로 표현되는 사람 간의 '정'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완벽한 결혼. 바로 이 단어에 끌려 읽게 된 책이었기에 완벽은 커녕 지속도 어려워보이는 두 부부의 모습은 계속 책에서 손을 놓게 만들었다. 그런데 후반부로 넘어가자 처음에 "이건 아냐."라고 외치던 부인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의 남편을 선택하고, 믿기 시작한다. 그 믿음은 단순히 남편에 대한 믿음 이상이었다. 자신들의 결혼 생활에 대한, 미래에 대한,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마음이고 그 것은 곧 사랑이란 이름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제임스의 마지막 시간, 버나딘은 그 곁에서 몇 십년을 묵혀 둔 '사랑해요'란 말을 온 마음을 담아 전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미처 깨닫기 전부터 '이 사랑은 우리 안에 함께 했었'음을.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남편을 찾아 일터에서 날아오는 '나' 또한 깨닫는다. 설사 그의 모든 걸 사랑하지 않는다해도 '우리의 결혼은 그 나름대로 행복할 수 있음'을 말이다.
그녀들의 사랑은 너무 쉬웠거나, 너무 어려웠다. 내가 원하는 딱 그 사람이 아니었고, 전혀 원하지 않던 사람과 일평생을 살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깨달았다. 사랑이란, 행복이란, 결혼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결혼에서의 사랑이란 결국 주는 것이고 그만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그 안을 잘 들여다볼 때,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하더라도 사랑이란 금덩이를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완벽한 결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처음엔 No를 외치던 나도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2~30대의 초짜 결혼기를 다룬 소설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가벼운 사랑이 아닌, 오래도록 함께하는 사랑을 알려준 따뜻한 소설. 이 가을에 사랑을 찾아다니는 솔로에게도, 커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좀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한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존재하지만 캐내기 쉽지 않은 황금을 찾는 여행, 완벽한 결혼을 위한 기분좋은 지침서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굼실이(zkvmzk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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