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암소들의 여름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 정현규 옮김
쿠오레
인상깊은 구절
- "어디로 모실까요?"
"어디든 상관없으니 그냥 달리시오." (11p)
- "이제 우린 어디로 가지요?"
"자네가 가고 싶은 데로." (55p)
-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만 하네."
"다른 사람의 일은 고사하고 난 내 자신의 일도 기억을 못 한다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지음 | 김난주 옮김
돈 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 김정우 옮김
난생 처음 읽어본 핀란드 소설, <웃는 암소들의 여름>. 제목도 독특했지만, 처음부터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 무척이나 특이했다. 잭, 폴, 피터 등의 미국식 이름에는 익숙했지만, '세포 소르요넨'이라던지 '타베티 뤼트쾨넨' 같은 책 속 핀란드 주인공의 이름은 너무나도 생소했기때문이다. 그렇게 처음에는 주인공들의 이름에 익숙해지느라 잔뜩 긴장을 하며 천천히 읽었다. 다행히도 등장인물들이 많지 않아, 책 속 인물들의 이름의 난해함 따위는 책에 몰입하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늘 승객과 택시회사 사장 등의 명령과 통제를 받으며 살아왔던 택시운전사 세포 소르요넨, 그는 어느날 도로 한 가운데서 넥타이를 매느라 낑낑대고 있는 노신사 타베티 뤼트쾨넨을 만난다. 노신사에게 목적지를 묻는 소르요넨은 아무데나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는 말에 당황한다. 일단 북쪽으로 차를 달리던 그, 당췌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거냐고 손님의 목적지는 도대체 어디냐고 묻자 노신사 뤼트쾨넨은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한다.
"당연히 이 길이 맞소. 모든 길은 다 맞는 길이오."라고.
그렇다, 노신사 뤼트쾨넨은 바로 치매를 앓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대해서는 또렷이 기억하면서도, 자신이 어디에 사는지 가족은 누구인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는 돈많은 노신사 뤼트쾨넨. 소르요넨은 그러한 뤼트쾨넨과 함께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이 책에는 택시기사와 치매를 앓고 있는 늙은 전차병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들이 여행을 하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괴상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이 책에서는 세상의 시각으로는 비정상으로 보이는 뤼트쾨넨과 그의 옛 전우였던 노인 하이키 매키탈로들이 오히려 유쾌하고 쿨하게 보인다. 그에 비해 프랑스여자들을 데리고 생존훈련을 안내하며 그들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핀란드인 가이드나, 자기는 할 일이 많아서 아버지를 모시고 가긴 어렵다는 뤼트쾨넨의 아들들은 사회적으로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물일지 몰라도 이 책 속에서는 어리석고 우스꽝스럽게 비춰지고 있다.
과연 어떤 모습이 정상이고 어떤 모습이 비정상인걸까?
이 책은 그렇게 우스운 상황을 통해 오히려 현실을 바로 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가볍게 마냥 즐기며 읽기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의 초점을 더욱 또렷하게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되는
참 괜찮은 책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노란지붕(real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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