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포스터 감독의 〈연을 쫓는 아이〉 영화화, 2008년 국내 개봉’ 이런 홍보성 문구가 붙어 있는 《연을 쫓는 아이》 표지를 보며, 그 영화를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개봉 전에 책부터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나는 또 새로운 작가를 발견했다.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아미르라는 한 소년의 성장을 따라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하는 《연을 쫓는 아이》는 한 사람의 용서 말고도 많은 용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미르와 하산을 통해서는 인간관계의, 아미르와 아버지 바바를 통해서는 가족관계의, 많은 등장인물을 통해서는 개인과 조국간의 용서를 이야기한다.
용서라는 감정은 어렵다. 그것도 매우. 아마도 인간이 가지는 감정 중 최상위에 있지 않을까. 용서를 하게 될 때 우리는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용서를 하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 상대방에게 증오와 적개심을 버리지 않지만 막상 용서를 하게 되면 오히려 성숙해진 자아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난 아직 이런 용서를 하지 못했다. 그래야 할 만큼 상처를 주고받은 일이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아무튼 《연을 쫓는 아이》를 읽다보면 이런 용서의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 주인공 아미르가 아버지를 용서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동안 독자인 나도 단단한 껍질을 한 꺼풀씩 벗고 있는 듯하다.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p. 32)
"그는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내내 나한테 거짓말을 할 수 있었을까? 어린 나를 무릎에 앉히고 눈을 바라보며 말하지 않았던가? “한 가지 죄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도둑질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그런 말을 나한테 해 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를 땅에 묻은 지 15년이 지난 지금 바바가 도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도둑 중에서도 가장 나쁜 도둑이었다. 그가 훔친 것은 신성한 것이었다. 내게서 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 권리를 훔쳤고 하산에게서는 신분을 훔쳤으며 알리에게서는 명예를 훔쳤다. 오로지 그 자신의 명예와 긍지를 위해서.” (p. 337)
아미르의 원죄는 아버지 바바에게 있었고 바바의 원죄는 아프가니스탄에 있었다. 너무 쉽게 남 탓을 하는 것 아니냐고?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이해하고 나면 톱니바퀴 같은 이들의 관계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는 이렇게 용서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조국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무지한 독자들도 소설을 앍다보면 아프가니스탄의 굴곡 많은 현대사를 이해하게 된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의 아름다운 문화와 일상을 엿보며 전쟁으로 무너진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게 된다.
아미르와 하산, 그리고 바바 사이의 복잡한 실타래는 풀어질까? 답은 무척 간단했다. 무식하고 가진 것 없던 하산은 이미 알고 있었던 그 답은 -비록 자신은 모른 채 스러져버렸지만-3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 돌아온 아미르가 찾게 된다. 아미르가 찾은 답은 믿음, 바로 사랑과 용서였다. (글_박지연)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할레드 호세이니, 이미선 옮김, 열림원, 2007년,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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