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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막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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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새벽
와리스 디리, 잔 다엠
섬앤섬

책을 다 읽고 나서 세계지도를 보았다. 어쩌면 순서가 뒤바꼈는지도 모르겠다. 핑계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독한 방향치라 세계지리에도 너무 약하다. 그래서 아예 작은 방 한 쪽 벽과 냉장고 옆에다 작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두 군데나 세계지도를 붙여두었다. 일년 넘게 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 이 지도가 그 덕을 톡톡히 한다. 소말리아. 세계에서 아주 가난한 나라 다섯 개 중 한 곳인 이 곳이 바로 지도상에서는 여기였구나. 책 속에 나왔던 무가디슈가 소말리아의 수도였구나. 보가소는 이 곳이었구나. 지도를 보며 그 여정을 한 번 되짚어본다.

너무 심하게 마른 사람을 보면 예전엔 ‘사흘 동안 피죽도 한 그릇 못 얻어먹었냐’고 했었는데 요즘엔 ‘소말리아 사람 같다’고 말할 만큼 가난의 대명사인 아프리카의 한 나라. 그곳을 떠나 살아온 한 여인이 다시금 고향을 되돌아가서 일주일여간 지낸 이야기를 엮어 내려간 책이 바로 ‘사막의 새벽’이다. 4년 전 ‘사막의 꽃’이라는 책을 출판했었던 와리스 디리. 와리스라는 이름이 사막의 꽃이라는 의미란다. 전작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그 책에서는 와리스 디리가 소말리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자기보다 마흔다섯살이나 많은 예순 노인에게 시집가지 않으려고 탈출해서 모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성기절제술에 대해 폭로하고 UN특별대사가 된 과정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사막의 새벽’에서는 그 뒤의 이야기 즉 동거하던 남자와 헤어지고 세 살 된 아들을 키우며 악몽에 시달리는 아슬아슬한 그녀의 삶과 가족을 만나기 위해 다시 위험한 고향땅 소말리아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의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슬픈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면서는 고향을 등지고 전혀 다른 생활방식과 다른 언어로 사는 세상에서 홀로 남아 살아온 그녀의 외로움과 오기가 느껴져 마음이 아팠었다. 내게는 일본으로 시집간 이모가 한 분 계시는데 내가 스무살 쯤 되어 일본 이모네에 놀러 갔을 때 이모는 밤새 자신이 살아온 날에 대해 이야기 해 주셨었다. 자신의 이야기로 소설 한 권을 쓸 수 있을거라시며 20여년간 자신이 낯선 나라에서 산 이야기로 구슬을 꿰어 그 목걸이가 내 몸을 몇 번이고 감싸도 될 만큼의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문화의 차이와 언어의 차이, 당시 가난한 내 나라와 잘사는 그 나라에 대한, 그리고 차별받는 한국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와리즈 디리의 뉴욕생활은 자꾸 그날의 이모를 생각나게 했다. 자신의 아프리카 문화가 무시되는 상황에서 꿋꿋하게 지키려는 모습들이 다른 모습이지만 같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고향은 어떤 곳인가. 엄마의 자궁처럼 따뜻한 곳이 아닌가.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서 안식을 얻고 싶은 곳, 힘들 때면 더없이 그리운 곳, 내 유년의 추억과 남겨둔 가족이 있는 소중한 곳이 아니던가. 그녀에게는 그런 고향이 맘 먹어도 쉽게 갈 수 없는 쉼 없는 분쟁이 있는 소말리아라는 나라이다. 패션모델이 되어 전세계를 다닐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다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었다 해도 그곳으로 가는 비행기 표는 살 수 없어 가기 힘든 나라. 그녀의 고향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1995년에 BBC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해서 볼 수 있었다던 그녀의 엄마, 그 때도 소말리아는 못 들르고 에티오피아 국경에서 만났었다고 한다. 20년간 고향을 못 가면 어떨지 나는 상상도 못하겠다. 그녀는 고향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며칠동안 정말 고생하며 결국 고향에 도착했다. 사실 책 읽는 내내 그녀가 고향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할 정도로 여정은 이슬람교를 믿는 아프리카 여성에게는 힘들어 보였다. 그녀의 힘겨운 여정은 사막을 택시 하나로 며칠씩 달리고 있는 인상만 내게 남아있다. 정말 힘겹게 20년을 돌아 그녀는 고향에 도착했다.

그녀의 고향 가족들은 20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그 사이 죽은 식구도 있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세 번째 아내를 들이고 이복동생들이 여럿 태어나기도 했지만 20년 전 그녀가 도망치려 했던 그 때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 했다. 살림살이가 그러했고 가족들의 사고방식도 그러했다. 심지어는 그녀가 고심 끝에 가져간 선물들도 유목민이었던 그들의 가족에겐 베이비 오일 외엔 다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여성의 성기절제술(이하 FGM). 이것도 그들에게 필요없는 것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의 책 말미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녀는  FGM에 대해 TV앞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말할 수 있어도 가족들 앞에서는 금기시되는 문제라 입 밖에도 꺼내지 못했었다. 그녀가 FGM퇴치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 조차도 말이다.

나도 이 FGM에 대해서는 책을 읽기 전 까지는 몰랐었다. 성기절제술이라는 용어는 생전 듣도보도 못했었다. 하지만 이곳의 여인들은 그 행위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 어머니가 딸에게 딸은 다시 그 딸에게 그 전통을 물려주고 있었다고 한다. 전통이라고 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순결한 여인이라는 표식으로 음핵과 소음순 등을 다 잘라내고 그 부분을 다 봉해버리는 것이 이들의 FGM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전지역에서 행해지는 데 행해지는 시기도 여아들이 4세에서 8세 사이일 때라고 한다. 와리스 디리는 다섯살 때 FGM을 당했다고 한다. 당했다는 표현이 맞겠지. 페니실린을 구하기조차 힘든 가난한 나라들이어서 치사율도 5~10%나 이른다고 한다. 그녀의 언니도 FGM을 하고 나서 사망했다. 와리스 디리는 FGM을 전세계에 폭로하고 이를 고쳐나가려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여성의 인권과 어린이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고, 책에서는 그 다짐을 더 하며 끝을 냈다.

이 책에서 내 눈시울을 붉힌 문장이 하나 있어 남기려고 한다. 와리스 디리가 그 가족을 만났을 때도 아니고 헤어질 때도 아니다. 이상하게도 이 페이지에서 이 글을 읽을 때 나는 가슴이 싸하여 눈에 눈물이 고였었다. 와리스 디리가 그의 사촌이 운영하는 학교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아무것도 없는 교실, 책상과 의자도 없이 바닥에 앉아 아이들은 선생님을 기다린다. 심지어는 정해진 수업시간도 없다 .선생님이 왔을 때가 바로 수업시간이란다.

‘새끼염소처럼, 배고픈 사자처럼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남자아이들은 열중해서 연필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연필과 종이를 가진 아이는 대단한 부자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어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아다닐 동네 아이들을 생각해도 마음이 아팠다. 나는 항상 학교에 가고 싶었고, 제대로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를 바랐지만 한 번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 나는 평생 살기 위해서 일을 했다. 교실에 앉아서 선생님 말씀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스스로 터득한 것이었다. 거기 서서 나는 더운 것도, 불편한 것도 잊었다. 학교는 내게 매혹적인 곳이었다.’

그녀가 그녀의 고향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주길 바란다. 그녀의 고향은 소말리아 뿐 아니라 가난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일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책으로 써내려간 자신의 고백은 지구 반대편의 작은 나라에 사는 내게도 그들의 가난을 알렸고 FGM의 부당함을 알릴 수 있었다. 그녀가 우려하는 대로 FGM을 직접 행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악습은 고쳐지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무지를 깨는 시작은 분명 있을 것이다. 교육. 교육에서 답을 얻길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 아프리카에서 소중한 여자어린아이들의 죄없이 죽지 않기를, 그리고 검은대륙 아프리카가 다시 희망의 땅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 사막에도 새벽이 밝아오듯 말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봄이엄마(ojt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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