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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밤 11시의 산책




밤 11시의 산책
구로시로 지음 | 오세웅 옮김
북애비뉴

이 책은 올해 내가 읽은 공포소설 중에 가장 무서운 책이다. 뭐 올해 읽었던 공포소설들이 알고보면 별거 아니거나 알고보면 추리소설 쪽으로 장르를 뛰어넘는다거나 한 탓도 있지만 이 책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다. 가벼워 보이는 책 디자인과 책 표지에 치아키라는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적혀져 있어 좀 유치한, 안무서운 공포소설일 지 알았더니 화악- 뒷통수를 치는 맛이 있다. 처음부터 오싹오싹한 것은 아니지만 찬찬히 독자를 무서운 구석으로 몰아간다.

  책 소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엄마를 잃고 추리소설(공포물일지도 모르겠다)을 쓰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치아키다. 치아키는 어느날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집착한다. 즐겁게 그린다기보다는 그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기괴한 것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작가인 아버지는 처음엔 아이의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하며 두고보지만 치아키의 그림이 점점 도를 지나치자 걱정하기 시작한다. 치아키가 유독 집착하며 그리는 것은 파란 얼굴에 긴 머리를 한 여자. 치아키는 그 파란 얼굴의 여자를 엄마라고 우기며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치아키의 그림을 본 주위 사람들이 무서운 환상을 보거나 사건에 휘말리게되자 치아키의 아버지는 그제서야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뒤쪽에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반전이 남아있지만 더 써버리면 스포일러가 될것 같으니 패쓰. 한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이 책의 반전은 전혀 독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프롤로그에 살짝 언급된 이야기가 파장이 크게 확 다가온다는 것만 말해두자.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 효과가 배가 될 듯한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파란 얼굴의 여자, 밤 11시의 검은 강의 산책, 종이 인형극, 치아키의 엄마와 후에 등장하는 의문의(나는 정채를 알지만 어쨌든 아직 책을 읽지 못한 사람에게는 의문인거다) 여자의 그림과 오브제 등 시각적 이미지의 효과들이 많이 쓰였다. 그런 시각적인 요소을 잘 살린다면 아마 흠칫 소름돋게할 공포영화가 되리라 본다.

  최근 공포 소설를 보면 예전과는 달리 귀신이 무섭다기 보다는 사람이 무섭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자신만에 세계에 빠져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과 자신이 원하는 것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사람, 혹은 독선과 독단에 빠져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귀신보다 무섭다.

  사족인데, 난 늘 공포소설이나 공포 영화를 보면 궁금한 게 있었다. 보통 귀신은 억울하게 죽거나 한이 남아 있어 사람을 해치는데, 왜 그 귀신이 해친 피해자들은 귀신이 되어 나타나지 않는걸까? 억울하게 죽었는데 말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씨엔(iandy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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