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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붉은 의자


붉은 의자

주수자 지음
송이당 2009.07.10
펑점

한장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말, 그리고 내게는 주수자란 생소한 얼굴과 이름, 그 덕분에 어쩌면 좀 더 신선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단편을 좋아하고 단편이 주는 생경함과 많은 여운들을 늘 기다리는 한 사람으로 장편이나 머리 아픈 독서에 지칠 때가 되면 일정 분량의 단편들을 영양제 먹듯이 섭취해주어야 한다고, 그래야 독서의 리듬이 유지된다고 여겨왔다. 그러다가 만약 단편이 마음에 드는 작가라도 만날때면...그 작가의 장편을 기다리는 설레임이란...아는 사람만 안다.

 

표제인 <붉은의자>도 그렇고 입양, 유학, 혼혈문제 등 유독 갖가지 사연으로 인해 타국 생활을 하거나 고국을 방문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많다 싶어 찾아보니 작가가 외국생활을 오래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체성의 상실과 자아를 찾지 못한 안타까운 그들의 모습을 더 현실적으로 인상깊은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분의 단편집은 마치 강렬한 베스트극장의 작품을 여러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품을 나열하는 방식도 그렇고...세련되거나 주제 하나로 묶어주는 느낌도 없이,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감정은 골라내기 어려우나 아무튼 평범하지는 않고 가독성은 좋다. 단편은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매력적인 글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해 안타깝다. 하지만 이 작품집에는 사람의 전생이나 미신적인 경향이 많이 드러나 있어서 독특하다. 이야기의 곳곳에서 인간의 정신문제와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삶에 주는 영향, 그리고 관계에서 나를 찾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겉잡을 수 없는 관계들 속에서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등을 나에게서 찾고,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가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을 대체적으로 열린 결말로 표현한다. 내 수준에선 너무 빨리 끝냈다 싶어 혼란스러웠고, 때론 촌스럽지만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지만 독자들에게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대체적으로 평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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