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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길 잃은 날의 지혜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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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일은 날의 지혜
           
              
                  박노해

큰 것을 잃어 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 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 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작은 일 작은 울음 차이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작은 길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앞서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얼굴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를 아십니까?
그의 시 '노동의 새벽'은 암울한 시대에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던 많은 民草들에게 큰 위로와 소망을 안겨 주었던 노동시의 걸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되풀이 되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오늘 아침 신문의 많은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주요기사들은 여전히 암울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고, 모든 면에서 삶의 의욕과 생기를 잃은 보통사람들의 지치고 외로운 모습들만 클로즈 업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머나먼 중동지역 레바논에서 NGO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문만 들리는 박노해 시인은
그 암울했던 절망의 시점에서도 앞날에 대한 긍정과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작은 진보를 통해서 세상의 빛이 되기를 소원했습니다.

오랜만에 이 시집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길 잃은 날,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지혜와 통찰력에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되며,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시련을 딛고 나가는 용기를 갖는 것이며,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기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반성함으로써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합하는 좋은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을 역할을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시인 박노해는 오랫동안 감옥이란 절망에 갇혀 지내면서도 시를 통해 늘 희망이란 한 송이 꽃을 피워왔습니다. 이제 그의 염원대로 형식적인 민주화는 실현됐으나, 여전히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은 피폐하고 곤고할 뿐입니다. 오늘도 그 동안 대표적인 크리스천 기업으로 포장되어있던 한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집단해고라는 덫에 걸려 좌초하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빌 게이츠'라는 미국의 저명한 CEO는 현대경여의 최고의 전략을 'speed'(속도)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석학들은 속도보다는 방향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길을 찾지 아니하고 묻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때로는 삶 속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게 될 때, 나의 의지와 생각만으로 길을 찾지 아니 하고, 이미 시대를 앞서 갔던 선인들에게 겸손히 나갈 길을 묻는다면 세상은 지금보다는 덜 시끄럽고, 번잡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길이 있고 /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라는 시인의 고백을 내 마음 속의 작은 등불로 비추어 묵상하다 보면 남들이 눈 여겨 보지 않은 작은 것들의 소중함과 그 빛나는 생명력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 삼복 무더위를 지혜롭게 이기는 방법도 못 가진 것에 대한 애착과 불만보다는 이미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와 끊임없는 보살핌으로 얻어지는 삶에 대한 기쁨과 평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고단함 삶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해 줌으로써 마음 속에 늘 기쁨과 평화가 우러나는 진정한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노력을 보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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