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터 신문을 곧잘 읽었다. 아빠는 시간이 나실 때 마다 늘 신문을 읽으셨다. 아빠를 유난히 좋아했던 난 아빠 따라하려고 나도 틈날 때 마다 읽었다. 아빠가 좋아하시는 9시뉴스도 그런 연유에서 함께 시청하게 되었고,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는 정치,경제면에 있어서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많이 알게 되었다. 그저 몇 년간 아빠흉내를 내려했을 뿐인데 고등학교 때 쯤엔 아버지와 정치이야기를 해도 뒤쳐지지 않을만큼 상식이 풍부했던 것 같다. 상식이 많은 덕분인지 딱딱한 글읽기를 많이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따로 논술공부를 하지 않음에도 곧잘 치르는 논술모의고사에서 논술성적이 꽤나 좋았던 걸로 기억난다.
하지만 그 뒤로 차차 신문을 등한시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간단히 클릭 한번으로 현재기사와 그와 연계되는 과거의 사건들에 관한 것 까지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편리함에 신문을 받아보지 않게 되었다.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는 기사를 굳이 돈 주고 신문까지 받아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 때는 신문안보는 것 그까짓 거 별 거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10년쯤 지나니 내가 멍청해진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아져가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볼 때도 양질의 정보를 얻으려 노력하는 나의 수고는 채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제목에 낚여서 사실은 전혀 관심도 없는 연예인의 뒷조사나 하고 있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댓글들을 읽고서 혼자 한탄하기도 하고, 본시 검색하려고 하던 것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파도의 파도를 타서 몇 시간씩 아까운 시간을 흘려버리기가 일쑤였다. 그동안 나는 사회,경제,정치적인 상식에서 멀어져가고 있었고 현란한 칼라와 변화무쌍한 창(윈도우 창)들 대신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집 앞에 배달되는 두툼한 신문을 마주하는 30여분의 시간이 아주 소중한 과정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신문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자 ‘신문 읽는 기술’을 읽기 시작했다. 다시 신문을 받아볼까 하던 차였는데, 아무래도 기왕이면 읽는 법을 먼저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서 였다. 책의 앞부분에서 강조하는 신문읽기의 중요성을 읽다 잠시 책장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최소 30분의 신문읽기를 빠트리지 않는 유명인사들의 일화를 보며, 나의 핑계많은 늦잠이 너무나 겸연쩍어 지는 것이었다. 신문이나 받아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최소 일간지와 경제지 두가지는 받아보아야겠다는 것으로 옮겨갔다. 지금도 딱딱한 자판대신 얇은 신문지를 챠라락 넘기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1998년이었던가 라디오에서 베스트셀러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작가가 어떻게 그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 준 적이 있었다. 삶에 찌들고 사업에 망하고 도망간 아내를 몇 년간 찾아 헤메이다 자살할 생각으로 농약을 사서 부모님 산소에 갔었단다. 대성통곡을 한 뒤 농약을 마시려는데 농약을 싸 온 신문지에서 ‘베니스의 상인’에 대한 토막기사를 보았단다. 강제이주 당하여 먼 타국에서 살고 있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단다. 저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 목숨을 쉬이 놓으려는 자신은 무엇인가하고. 그래서 자신을 죽음의 경계에서 삶으로 돌려준 그들에 대해 몇 년간 파고들어 조사한 뒤 그들의 이야기로 소설을 쓰게 되었고, 그래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제2의 삶을 사노라고 했다. 농약을 싼 꼬깃꼬깃 구겨진 신문토막기사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노라고 했다.
신문의 한토막 기사하나가 이렇게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경제신문을 부지런히 읽으라고, 1단짜리 단신이라도 놓치지 말라고 저자는 알려준다. 서평에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지만, 이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들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신문읽기는 중요하고, 이 책에서는 신문을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에 대해 잘 알려준다. 그리고 신문을 체계적으로 잘 읽고, 필요한 정보를 잘 찾아 스크랩 하고, 육하원칙의 논리적인 문장들로 잘 짜여진 글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능숙한 글쓰기까지도 가능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내 이야기도 그 이야기 아닌가.
요즘이야말로 에그플레이션이라느니 고공행진을 하는 고유가니 부동산 버블이니 5년간 물가가 심지어는 두배가 뛰었다느니 하면서 우리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시기일수록 단지 세상을 뒤쳐져서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도 신문읽기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기왕 읽는 신문, 30분간의 짧은 시간동안에 잘 추려 읽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면 이 책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책에서 신문읽는 기술을 못 배워간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신문읽기의 중요성만이라도 다시금 깨닫고, 오늘부터라도 다시 신문을 읽게 된다면 그것 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를 하는 거라 생각한다.
어떤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문난 '신문 읽기 광'이다. 그래서 리더(Leader)들 대부분은 리더(Reader)다. 지금은 그저 '신문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불린다 해도, 머지않아 '리더'라고 불릴 것이다. - '여는 글'중에서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봄이엄마(ojtini)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트비트 (0) | 2008.03.11 |
---|---|
떨림 (0) | 2008.03.11 |
생의 아침에 문득 돌아보다 (0) | 2008.03.11 |
1일 15분 활용의 기술 (0) | 2008.03.11 |
리인카네이션 (0) | 2008.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