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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신성한 소 죽이기

 

신성한 소 죽이기

데이비드 번스타인 지음 | 이은주 옮김
한스미디어 2009.07.20
펑점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번트 슈미트는 그의 저서 [빅씽크 전략]에서 "큰 생각(Big think)을 하려면 자신을 색다른 경험에 수없이 노출시켜 보라" 고 충고한다. 그런데, 슈미트 교수가 자주 인용하는 비유가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성우(聖牛, Sacred Cow)" 입니다. 성우란 기업이나 조직이 절대로 반대할 수 없는 관행, 경영 신조, 통념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그의 말은 섬뜩하다.

"성우를 죽이세요. 인도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비즈니스에서 한번 저질러 보세요" 

 

창조 경영의 최대의 적은 바로 실패를 처벌하는 문화이다. "아이디어를 내면 괜히 피곤하다" 또는 "실패하면 나만 손해다" 라는 인식이 팽배하면 그 회사는 정체되거나 후퇴할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완벽주의는 창의적인 혁신을 가로막기 쉽다.

요즈음 경영의 대가들은 한결같이 "혼(魂), 창(創), 통(通)" 의 세 가지 키워드로 경영의 道를 설명하고 있다. 즉, 조직에 혼을 심고, 창의성이 살아 넘치게 하고, 나아가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라는 것이다.

 

만년 하위권에서 헤매던 프로야구 LG 트윈스 구단이 새로운 감독을 선임했다. 얼마전 신임 박종훈 감독이 팀 재건을 위해 내세운 캐치 프레이저도 "혼, 창, 통"입니다.

1991년 미국 메이저 야구의 월드시리즈는 미네소타 트윈스가 상대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4승 3패로 뿌리치고 왕좌에 올랐습니다. 당시 승리의 주역은 척 노블락과 그렉 개그니 콤비였다.

 

당시 상황을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5차전까지 미네소타가 2승 3패로 수세에 몰리던 6차전 경기. 애틀랜타 공격 무사 1루에서 좌중간 장타가 터졌다. 이때 노블락과 개그니가 절묘한 속임 동작을 취하자 1루 주자의 발이 묶였다. 장타가 아닌 듯한 모션을 취하자 1루 주자의 판단이 흐트려졌기 때문이다. 이 한번의 플레이로 실점을 막고 미네소타가 6차전을 4대 3으로 승리하면서 7차전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신임 박 감독은 "주자를 속인 것은 개그니, 노블락 개개인의 창의력이며 두 사람이 말 없이도 하나의 동작으로 보여준 소통 능력이 잘 조화된 작품이었다" 라고 그 의미를 해석하면서 "창과 통이 함축된 이 플레이에서 느낀 바가 컸던 만큼 우리팀 선수들 또한 창의적인 생각 속에서 서로 찰떡 궁합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란 그의 소신을 밝혔다.

 

신성한 소란 무엇인가?

 

힌두교 전통에 따르면 소는 대지의 은총, 모성애, 생명의 존엄성 등을 상징하는 매우 성스러운 존재이다. 비즈니스 세계에 적용하면 사업을 하는 방법에 관한 원칙 내지는 만고불변의 진리로 여기는 격언 같은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갖가지 신성한 소에 발목이 잡혀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구형 기술, 질리게 오래 쓴 제품, 낭ㄱ은 공정, 구식 서비스, 자만에 빠진 경영 방식 등이 이런 신성한 소가 될 수 있다.

 

기원전 197년, 당시 로마 군대가 세상을 호령하던 시절, 마케도니아 군대가 로마 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마케도니아 군대는 전통적인 수비형태로 16명의 병사들이 크고 무거운 창을 들고 겹겹이 나열해 있는 대형을 취했다. 당시 전투에 있어서의 신성한 소는 "적을 마주 보며 싸우라" 였다. 따라서, 로마군은 평소와 같이 마케도니아에 대결하면 무릎을 꿇을 것이 뻔했다. 이때 로마군 사령관이 묘안을 짜내어 마케도니아 군대의 후면을 공격하여 크게 승리했다.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바로 경쟁자를 제압하는 일이다. 그러나, 마법사가 아닌 이상 온전하게 외부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자신의 내부 세계는 지배할 수 있으며 반드시 그리 해야만 한다. 따라서, 자신의 분야에서 선두권을 점하지 못했다면 신성한 소를 반드시 죽여야 할 것이다. 또한, 선두권을 계속 유지하려면 역시 신성한 소를 죽여야만 한다.

 

비즈니스계의 신성한 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시카고에서 출발한 보잘 것 없던 작은 회사 선빔은 수십억 달러를 버는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에 들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회사의 제품인 다리미, 전기담요, 옥외용 그릴 등에 갑자기 싫증이라도 난 듯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회사는 전문가 던랩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별명이 "전기톱"인 던랩은 선빔에 온지 4개월도 채 안되어 공장의 2/3를 폐쇄하고 직원의 절반을 해고했다. 던랩은 이미 월가에서 경영의 귀재로 명성이 자자했기에 영입 발표로 주가가 50%나 상승했다. 어째든 숫자에 촛점을 맞춘 던랩은 성공하는 듯 보였어나 2- 3년이 지나자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근시안적으로 수익이 증가한 것처럼 보였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그런 효과가 없었다. 구매와 판매, 예산 삭감과 직원 해고 등이 능사가 아니었다. 주가는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당시보다 더 떨어졌다. 긴급 소집된 이사회는 이번에는 던랩을 해고했다.

 

"비즈니스는 곧 숫자" 란 말이 있다. 이는 오래된 비즈니스계의 원칙이다. "숫자에 신경을 써라. 그러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경된다" 는 원칙을 신성한 소로 수용하기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은 일이다. 이뿐 아니라, "조사 결과를 항상 믿어라", "리더를 따라 하라",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아라", "내부 경쟁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고객은 항상 옳다", 그리고 "영업부가 판매를 담당한다" 등의 다양한 잘못된 신성한 소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신성한 소 죽이기

 

신성한 소를 잘 죽이는 회사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회사도 있다. 신성한 소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구속과 제한을 못 견뎌 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당연히 이를 때려잡는 데 앞장을 선다. 이들은 신성한 소를 몰살시키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그러한 분위기를 조장해나간다. 여기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한 운영지침을 제시한다.

 

적임자를 고용하라.

신성한 소를 처리했을 때 적절한 보상을 하라

과감해져라.

신성한 소 광신자들을 찾아내라.

이 세상에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포하라.

개인화를 경계하라.

 

신성한 소를 죽여야 하는 많은 사례와 설명을 배울 수 있었다. 손에 쥐어 준 도구로 소를 죽이느냐의 결정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불과 6개월 내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가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곧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은 그때를 이미 망각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더블 딥(Double Deep)이 올 수 있다"고 경고도 한다. 불확실성이 클 때 기업체의 CEO와 임직원들은 늘 어렵고 중요한 결정을 해야한다. 경영의 대가들이 전해주는 화두 "혼, 창, 통" 에 특히, 번트 슈미트 교수의 "성우를 죽여라" 란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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