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역습
‘임진왜란을 종결시킨 조선의 대 역습 프로젝트’
부제가 매우 흥미롭다.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행위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기에 전쟁에 대한 소설은 읽으면서 항상 눈이 가고 생각을 가장 바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한다.
역사소설의 장점은 하나의 사실을 근거로 작가의 상상을 더하여 주기 때문에 가상인 듯 현실인 듯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리얼리티와 혼동을 주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더욱 흥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허수경 작가는 임진왜란 후 조선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이하는 조선인의 모습에서 단초를 얻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종결된 시점에서 가지가지 사연으로 일본에 끌려갔다 돌아오게 된 많은 사람들의 사연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야기의 전개를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은 아마도 전쟁 속에 사람의 모습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이야기의 구성은 명탐정 명준의 사건을 보는 눈과, 그리고 사람을 통찰하여 얻어내는 실마리를 기초로 작은 사건 하나가 어마어마한 큰일에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고, 부제처럼 임진왜란을 마무리로 몰고 가는 사건 속에서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사연과 이유가 밝혀지고 그 속에서 독자로부터 공감과 수긍을 받아내는 논리 전개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헐리우드 영화의 블록버스터 형식의 줄거리를 연상시키게 되었다. 한 국가의 임무와 사랑을 위해 적국에 뛰어들어 임무를 수행 하였으나, 외교적인 문제로 인하여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일급 요원들의 이야기를 한국판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 린, 그의 최후 역시 조선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죽음을 받아 들여야 하며 조선의 명을 받았지만 조선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 된다.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이 소설에서 나는 커다란 흐름 속에 한 인간의 삶을 생각해 본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지만 스스로의 신념과 사랑으로 목숨을 던질 수 있었던, ‘린’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본다. 많은 페이지가 명준의 추리에 의존하여 글이 던져지지만 마지막 ‘린’의 삶과 죽음은 역사 속에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린’과 같은 존재를 우리는 모르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의 삶에 감사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비록 허구 속의‘린’이지만 역사의 현실 속에 숨어있는 ‘린’을 찾 해본다.
탐정소설과 같은 책을 읽으면서 역사와 결부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조금은 허술한 부분도, 명준의 논리 비약과 상대방과의 대화 속에서 조금은 불편한 전개와 비약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개인적으로는 탐정소설과 역사와의 접목에 좋은 시도와 재미를 같이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출처] [오늘의 책콩] 제국의 역습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잠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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