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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여성이 세상을 바꾸다3)

최세희, 전성원, 손동수 지음
낮은산 2009.04.20
펑점

다른 사람의 아픔에 다가가는 방법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자신이 경험한 아픔으로 다가갈 수도 있고, 비슷한 사례의 이야기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고, 책이나 영화, 노래로 타인의 아픔을 보듬는 등 사연과 깊이에 따라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약자들의 이야기를 슬프고 아름답게 표현했던 네 명의 여성 예술가들은 가슴 아픈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슬픔과 진실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가 소개하는 네 예술가들의 삶을 대하다 보면 '진정한 예술'에 대해 숙고하게 되고 '예술의 힘'에 대해 경의를 표하게 된다.  아름다운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 소외되고 아픈 자들을 향한 이들의 사랑은 단지 작품만으로 예술을 말하는 부류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약자들의 이야기를 노래와 사진, 영화와 그림으로 풀어내며 세상과 소통하고 아픔을 치유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칠레의 아름다운 자연과 민중의 삶을 노래한 비올레따 빠라. 그녀는 단출하고 질박한 선율에 사랑과 실연, 가난과 불평등, 자연과 농사 이야기를 담아 노래했다. 기타 한 대와 녹음기를 들고 산 넘고, 물 건너, 들을 다니며 노래하고 평생 동안 칠레의 구전민요를 수집했다. 가장 밑바닥 사람들의 삶과 슬픔을 노래하며 평등한 세상을 꿈꾸던 비올레따는 라틴 아메리카의 전통 민요를 발굴, 계승하여 발전시켰으며 칠레의 끊겼던 전통문화를 복원한 민속학자이고, 탁월한 언어로 가사를 쓰고 전통악기의 아름다움을 살려낸 음악가이다. 또한 가사를 문학적으로 조탁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시인이기도 하다. 가장 잘나가던 시절을 농부와 광부와 어부, 그리고 안데스의 토착민과 아우러져 살며 농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한 가수 비올레따의 고백은 존경심을 자아낸다.

 

"나는 칠레의 민중을 향해 노래한다.나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게 있고 박수갈채를 받고 싶어서 기타를 들지 않는다.

나는 마땅한 진실과 잘못된 사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대해 노래한다.

그 목적이 아니라면 노래하지 않을 것이다."


 

책은 이어서 마약중독자와 포주들, 기형아와 난쟁이들, 부랑아와 곱사, 창녀와 언청이들이 있는 으슥한 곳을 찾아다니며 셔터를 눌러댄 다이앤 아버스의 아름다운 삶을 소개한다. 그녀는 인간의 육체가 지닌 장애와 기형이라는 고통을 초월해서, 한 인간이 지닌 존엄성에 대해 사진이라는 언어를 통해 말한 사진작가다. 유잔 팔시는 미국영화에 등장하는 흑인들이 왜 하나같이 바보 같거나 의지박약의 인물로 묘사되는지 이해할 수 없고 화가 많이 나서 그런 영화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흑인 여성이다. '흑인'과 '여성'이라는 세상의 이중편견을 깨고, 억압받고 고통받는 식민지 고향의 이야기와 그들의 역사, 가슴 아픈 현실, 억압의 뿌리를 찾아가는 영화감독이다. 자신의 고향을 배경으로 사탕수수농장의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담은 영화 <사탕수수 길>은 꼭 찾아서 보고싶다. 전쟁 속에서 태어나 전쟁 속에서 세상을 떠난 케테 콜비츠는 어린이, 노동자, 여성처럼 짓밟히는 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표현해 낸 화가이다. 케테는 판화라는 양식으로 언제나 자신의 양심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노력했다.

 

이렇듯 예술로 낮은자의 슬픔에 다가간 네 예술가들은 예술로 소리없이 세상을 바꾼 아름다운 혁명가(?)이다. 세상과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들, 진심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던 예술가들이다. 내게는 모두 낯선 이름, 낯선 예술가들이지만 내노라하는 유명한 예술가 못지않게 훌륭하다. 삶으로 예술을 말하고 예술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결국 세상을 바꾼 아름답고 진정한 네 예술가에게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