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와인의 눈물

 

와인의 눈물

배명희 지음
뿔(웅진문학에디션) 2009.07.20
펑점

표제인 <와인의 눈물>이라는 말이 참 감각적이어서 찾아 보았더니 "순수한 물을 와인잔에 넣고 벽을 코팅했을 때와는 달리 눈물방울 같은 물방울이 맺혀서 와인잔의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현상" 이라는 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번도 사랑을 완벽하게 소유해보지 못한 고독한 여자의 이야기란 평이 붙은 표제작인 '와인의 눈물'은 옛 남자와 현 남자인 직장 상사와의 사이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여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다른 작품들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말을 검색해볼만큼 기대했다는 것이지 좋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이도저도 못하는 여주인공의 섬세한 심리 묘사는 너무 익숙해졌고 절제는 아름다워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내 문제일 뿐이다.

8개의 작품이 모두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어서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과 형식의 수준은 평이하다.

작가들은 왜이리 소통의 부재와 답답함을 절제로 포장시키는 것을 좋아하는지...특히,  남편과 갈등하는 한 여인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피그말리온 효과'와 막차를 기다리다 만난 한 남자에 대해 인생고민을 털어놓으려고 잔뜩 기대한 남자가 버스 운전기사와 마찰을  빚으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마지막 버스'는 아주 좋았다. 또 허리를 다친 여인이 자신을 무척이나 서운하게 만들었던 남편과의 과거를 회상하며 수술실에 들어가는 [눈물 한 방울]은 베스트 극장 같이 드라마틱한 느낌이 있다. 열린 결말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준 작품집이고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 소통을 기대했던 대상에 대한 실망을 그려나가는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공감이 되고 좋았던 것 같다. 중단편의 신선함을 기대했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노련미가 흐른다. 또 일상의 관계 속에서 교감할 수 없는 허무한 순간들의 발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의 좋은 날  (0) 2009.10.14
칼타이스  (0) 2009.10.13
수학 재즈  (0) 2009.10.09
승자의 뇌구조  (0) 2009.10.08
장미의 비밀  (0) 2009.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