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같은 놈 MANUAL(매뉴얼)
삼국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와 지금에도 변함없이 우리에게 훌륭한 처세서로 주저없이 손꼽히는 책이다.
삼국지가 세대를 아우르고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저력을 변함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공과 실패라는 부침을 통해 인간군상의 말로를 대리경험토록 하는, 독서의 시간속에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간단하게 말해 인맥을 통한 다자간의 윈윈전략이 부지불식간에 독자속 가슴에 자리잡았던 게 계기일 듯 싶다.
물론 삼국지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유비처럼 개인적인 인품에서 빚어내는 매력과 상대에 대해 덕을 실천함으로서 제갈공명 등 불세출의 조력자들과 손을 잡고 황제에 오르는 유형이 있고 조조처럼 현대에 와서 새롭게 조명되어 삼국지 등장인물 중 가장 능력있고 훌륭한 성공모델로 부각되는 인물도 있다.
물론 역사에는 창업의 드라마틱한 역정을 가진 수많은 인물들이 있지만 조조만큼 숱한 위기 속에서 빛나는 전략, 전술과 결단을 통해 궁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탁월한 지모, 수하에 수많은 무장(武將)과 전략가들의 능력발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난세의 쟁쟁한 정적들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서 힘을 키우고 권력의 중심부로 뛰어들어 종국에는 위나라를 창업하는 과정은 그 누구도 비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창업의 과정은 현대의 소리없는 총성속에 울리는 치열한, 전쟁터같은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속에서 하나의 교훈으로 삼기에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것은 당연지사.
거기다 건안7자로 꼽힐 정도로 문학에의 감성 또한 누구보다 풍부했던 조조의 시부역시 그의 자질을 엿볼 수 있는 한마디로 엄친아의 가장 전형적인 인물임을 삼국지 매니아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 조조를 책 제목에 삼아 전면에 내세운 책이 있다.
<조조같은 놈 MANUAL>... 우선 '조조‘라는 브랜드파워에 기반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여 책을 펼치게 하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어찌할까? 이 책 본문내 어디에도 조조에 대한 일화는커녕 그의 역사적 사실을 인용하여 ’성공, 처세‘와 연결지을 만한 사례가 없었다. 조조는 단지 이책을 독자들에게 손에 쥐어지게 하는 하나의 이미지, 속된 말로 얼굴마담인가? ’한번 속는 셈치고 펼쳐보자!‘는 생각과 함께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그리고 40가지 조언을 와인 향을 맡으며 한모금 마시면서 혀끝으로 음미하듯 차근차근 느껴보자.
이미 자기계발류의 서적들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겐 김빠진 호프잔처럼 느껴질지 모르더라도 진득허니 읽어보자.
이 책 서문에 이미 저자도 언급하였듯이 <조조같은 놈 MANUAL>은 인맥에 대한 책이다. 단순히 우리, 내 편에 대한 인맥관리 뿐만아니라 적의 힘도 역이용할 수 있는, 역발상도 염두에 두는 유연한 대응을 가르쳐 주는 지침서이다. 그리고 그 지침의 내면에 자리잡은 가장 큰 명제는 ‘배려’이다.
너무나 뻔한 얘기들인가? 그렇다. 이미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을 갖게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호설암에 대한 일화도, 유방이 한나라를 창업하는 인용부분도...여기저기서 읽어왔던 사례들이다.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숱하게 많이 봐왔던 내용들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 개개인의 자세는 적극적인 수용과 인색함의 차이가 별거 없다고 느꼈더라도 시간이 지난후에 받아들게 되는 결과물은 큰 차이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조조같은 놈 MANUAL>에서 언급하는 ‘인맥사용법’은 성공은 자신만의 능력으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멘토와 조력자와의 하모니를 통해 성공으로 다가가는 길이 한결 신이나고 그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맥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엄청난 연봉을 받는 MLB의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에이로드와 8명의 난장이로 불리웠던...)와 스즈키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자격이 이미 충분함에도 얻지 못했던 챔피언반지...(올해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우주방위대 뉴욕양키스에서 학수고대하던 우승반지를 끼웠지만...)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포스트 마이클 조던으로 각광받던 NBA의 스타 앨런 아이버슨이 여태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했던 것.. 이런 사례들은 모두 성공을 위해 필요했던 조력자들의 역량이 부족했기에 팀웍을 능력으로 절대로 상쇄할 수 없었던 것이다.
흔히 ‘인생은 혼자’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에서의 인생은 다양한 사람들과 빚어내는 훌륭한 오케스트라여야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지휘자가 있고 개개인 모두가 그 지휘자이자 또다른 지휘자와 아름다운 앙상블을 통해 협연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다. 아무리 훌륭한 지휘자라 해도 자신의 능력(지휘)을 오케스트라의 협력(연주)없이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허한 원맨쇼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성공은 바로 그런 조력자들과 함께 얽히고설킨채 빚어내는 한편의 드라마여야 할 것이다. <조조같은 놈 MANUAL>에 나오는 40여가지의 충고는 그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대본이고 배우고 무대여야 한다.
이쯤에서 책 제목에 ‘조조’라는 표현이 뜬금없이 왜 들어갔는지 이미 느꼈을 듯...이 책을 펼쳐보는 이들은 이미 중간부분을 읽을 즈음 깨달았겠지만..
조조와 유비가 성향상 정반대의 인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이 가진 탁월한 장점에 날개를 달아줄 수많은 조력자(유비는 제갈공명, 관우, 장비 조자룡 등... 조조는 곽가, 가후, 순욱, 허저, 장료, 하후돈, 서황등)를 통해 성공학을 후대에 남기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는 점이다.
책 제목처럼 ‘조조같은 놈’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이카루스가 될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은 이들이라면 이미 우문현답을 줄 것이다.